내게는 수십년만에 만나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않은 친구들 몇몇이 있다. 어제는 딸아이의 데판야끼 타령덕에 오년이상 연락을 안했던 친한언니에게 연락하게 되었다. 사실,어떻게 지내나 궁금하기도 하고 펜데믹때 식당들이 셧다운할때에도 연락해볼까 생각은 했더라만 항상 바쁘게 사는언니라서 별일없겠거니…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그렇게 연락을 안해도 서로가 전혀 서운해하지않는 그런사이….그만큼 열심히 사는면에서는 서로가 믿는구석이 좀 있는 그런 언니였다. 바쁜 데판야끼식당을가야 만날수 있는 언니… 땅거미가 지는 시간에 전화를 해봤다. 바로 받는 반가운 목소리…”아니 왜 이제 연락을하노.” 켈리포니아로 다시 살러왔다는말에 깜짝놀란 언니가 언제왔냐고 묻더니 왜 이제서야 연락을하냐고 특유의 경상도 그징한 사투리로 다그친다. 급하게 준비를하고 딸아이와 집을 나서기전 자동차키 걸어둔데를 보고는 난 한숨이 나왔다. 가끔 동생이 회사에서 미니벤이 필요하다고 나와 차를 바꿔타는데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던것이다.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었으므로 난 반드시 내차가 필요했다. 양쪽 사이드미러에 켜지는 위험신호 센서등은 밤에 프리웨이를 그것도 자주 안다니는 그런길에서 차선을 바꾸기 너무 쉽게 도와주기때문에 몇년동안 익숙해진나는 이제는 그 위험감지센서가 없으면 밤에 프리웨이에서 차선을 바꾸는게 여간어려운게 아니다. 동생이 오늘따라 회식이라고 늦게들어온다고 했는데…이를 어쩐다 …난 문앞에서 신발을 신은채로 잠시 고민에 빠졌었다. 동생에게 전화를 해봤다. 다행히 전화를 받는다. 시끄러운 주변의 소리가 이미 식사를 하고있나보다. 상황설명을 했더니 와서 차를 바꿔타고 가란다. 그래…아무래도 안전하게 편하게 갖다오려면 그게 낫겠다. 제부도로 오라고 한다. 다행히 내가 가려는 동네가 제부도에서 바로 101N 를 타고 가면 가까울듯했다. 데판야끼 식당에 도착하니 언니가 매우 반갑게 맞아주었다. 바로 자리로 안내해주고 언니는 언니가 직접 담군 김치부터 장아찌까지 특별히 나를위해 가져다주었다. 언니는 이민온지 오래된 사람인데도 항상 한식을 즐긴다. 아무리 맛있는게 있어도 김치가 최고라고하며 손으로 북북 찢어서 내밥위에 올려주는 그런 정많은 언니다. 스테이크와 랍스터를 시킨 우리에게 그런 한국식반찬을 갖다주면서 바쁜시간인데도 우리곁을 떠나지않고 사랑스러운눈으로 우리가 먹는걸 지켜보고서있었다. 그때 갑자기 번개처럼 내머리를 띵~ 하고 뭔가 스치는 생각…집에서 나오기전 난 “지갑을 챙겨가야지”하고 있다가 차문제로 고민에 빠져 깜빡 잊어버린것이다. 그게 왜 이제서야 생각이 나냔말이다. 언니에게 몇년에 한번 가서 밥을 먹으면 꼭, 구지, 돈을 안받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내가 몇일후 다시가서 돈을내고 한번더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래서 몇일상간에 꼭 두번은 만나게 되는 그런 역사가 있긴하지만,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까 더더욱 이건 안되는일인것이다. 지갑을 잊어버리고 안가져왔다는것은 누가봐도 아예 대놓고 “나 돈안내 “하는거나 마찬가지아닌가. 이해해줄언니이기는 하지만 도저히 내양심이 허락을 하지않는것이다. 동생에게 회식이 끝나면 와달라고 전화할까… 하지만 시작한지얼마안된 사업을 꾸려나가느라 오늘은 특별히 거래처와의 식사라고했는데 자꾸 방해하는것도 그렇고….딸아이에게 애플페이가 있는지 물어봐도 없다고한다. 갑자기 가시방석이 되어버린 자리…. 그때 동생이 전화가 온다.”언니! “ 목소리가 다급하다. “언니차에 내가 혹시 지갑 떨어트렸나 빨리 찾아봐봐. 밥먹고 돈낼라는데 지갑이 없네? 아까 언니차에 개스넣다가 아마 차안에서 지갑을 두고내린것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기쁠수가… 동생의 곤란함은 뒤로한채 나에겐 이런 구세주가 없었다. 차에가서 찾아보니 현찰과 카드가 빽빽하게 찬 지갑이 차안에 있었다. 우리엄마는 내동생을 나를 위해 낳으셨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밥먹는내내 불편할뻔했던 자리가 갑자기 너무 맛있고 행복한자리가 되었다. 하지만 언니는 끝내 돈을 받지 않았다. 몇일후 다시 가야하는 일이 언제나처럼 약속으로 잡혔다. 동생은 다행히 같은회사사람이 동석을해서 페이문제가 잘해결되었다고 한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난 혼자서 히죽히죽 웃었다. 딸이 왜 자꾸 웃냐고. 무섭다고 했다. ㅋ 난 내가 웃는이유를 말해주지않았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