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리 한복쑈에 아줌마모델로 꼽사리 껴서 참가했을때 패션쑈 무대에 같이 섰던 미스 아르헨티나로 뽑혔던 아이들중 두세명을 카달로그 제작에 참여시켰다. 카달로그가 완성되고… 두달동안 아파트에서 업스타일 헤어스타일도 연습을 마치고… 신부화장은 올케언니가 한국에서 화장품회사에 오래일하면서 메이크업 라이센스를 받은게 있다길래 도와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내부탁을 들어주고….
그런데 두달 남았던 아파트계약 기한이 끝나고 웨딩샾을 차릴 가게를 얻는게 큰관건이었다. 가게를 알아보는데 마땅한곳이 없는것이다. 업스타일 기술을 잊어버리기전에 빨리 써먹어야하는데… 제작한 카달로그의 드레스들을 광고에 내야하는데… 마음이 급해졌으나, 샾이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일이었다.
그렇게 사업준비가 한창일때에… 남편은 나에게 고백했다. 내가 생각했던것보다도 훨씬 더 남편의 사업은 힘들어져 가고 있었다는것을… 그래서 웨딩샾을 독촉하며 차리라고 한것이라는것을….주변의 모든사람들은 남편이 하는 회사가 큰회사이고 우리가 남부럽지 않게 잘산다고 알고 있었기때문에 더더욱 내가 어린아들을 두고 뭔가 사업을 한다는것을 이해를 못했었는데… 남편은 그렇게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남편의 말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부모님이 투자해주신 금액이 거의 백만불에 가까운 금액이었는데… 사업을 어떻게 했길래 5년만에… 그많은돈을 … 말이 안되었다. 남편은 그당시 자본금이 바닥이 나서 매일매일 수표를 막느라 하루에도 몇시간을 가게들마다 돌아다니면서 수금을 하려고 고군분투했으며 그렇게 힘들게 회사를 꾸려나간지 벌써 꽤 됐다고 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무슨 웨딩샾을 차리면서 드레스에대한 나의 한이나 푼다고 철없이 가볍게 생각했던건 아닌지… 그후로는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모든 사실은 마음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기시작했다. 내가 과연 잘 해낼수 있을까… 누군가와 악착스럽게 경쟁을 해야하는건가…?
그무렵, 친구의 엄마가 하시는 웨딩샾 바로옆으로 웨딩촬영 전문 사진관이 들어간걸 알게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건물에는 대략 다섯개정도의 가게들이 나란히 즐비해있었는데, 가장 먼저 아줌마께서 샾을 차리셨고 그옆으로 웨딩사진 전문점이 또 들어간것이다. 그 바로옆의 가게자리들은 모두 비어있었다. 사진관을 오픈한가게를 슬쩍 엿보니 역시 웨딩드레스를 여러벌 갖추고 있었다. 나는 바로 그순간에 하지말았어야하는 생각을 한것이다. 그 사진관 옆으로 나역시 웨딩샾을 차려 들어가는것을 말이다. 이대앞을 가서 웨딩드레스를 샤핑한 내가 그런생각을 하게된것은 어찌보면 기발한 아이디어 였을지도 모른다. 뭐든지 같은 종목끼리 같은 골목에 모여있으면 다같이 승승장구할것이라는… 결혼을 앞둔 신부가 웨딩샾을 샤핑다니기에도 편하고… 어차피 따로 떨어져 있어도 한인 상대로 광고가 나가면 그들은 이곳저곳을 다 샤핑할터… 마치 먹자골목에 여러식당들이 다같이 모여서 한골목에서 성업을 하듯… 경쟁이 되더라도 이길을 웨딩거리로 만들면 서로에게 더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지극히 이기적이고 기만적인 생각이었고… 가게들을 더 돌아다니며 알아봤어야 했던 나의 책임을 회피하며 게으름피우기를 하기위한 수작이었던것 같다. 아무튼 난 사진관옆쪽으로 웨딩샾을 오픈했고, 그친구와 아줌마와는 그뒤로 눈도 못마주치게 되었다. 그두사람도 나에게는 발걸음조차 안했고 어쩌다 맞닥트리면 나의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그렇게 난 내인생에서 두사람 아니 그친구의 남동생까지해서 세사람과의 어색한 사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던것이다….
웨딩드레스를 사러 한국을 두달에 한번씩 나갔고, 차린지 일년만에 거의 백벌에 달하는 웨딩드레스를 가지게 되었고, 그와중에 난 부모님께 결혼 35주년 기념촬영도 해드리고, 맘에 드는 웨딩드레스가 있으면 바로 입어보고 사진을 찍어보는둥 호들갑을 떨었으며, 시집안간 동생에게도 웨딩드레스를 입혀놓고 신부화장에 업스타일 머리까지 해서 사진을 박아두었다. 그렇게 원없이 드레스에 파묻혀 살게 되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일년쯤 지났을까… 남편은 회사가 망한다는 소문에 휩싸여… 사람들은 수금을 더 안해주었고… 아르헨티나정부는 달러와 빼소의 환률이 1:1이었는데 갑자기 5000:1 이라는 달러폭등이 일어났으며, 국가부도사태의 위기를 맞았다. 남편은 결국 회사문을 아예 닫았고, 집도 팔고 차도 팔고 전재산을 다 정리해서 우리는 지방으로 이사를 가게 된것이다. 내가 하던 웨딩샾은 마침 한국전라도에서 오층짜리 토탈 웨딩샾과 미장원을 운영하다가 쫄닥 망해서 그야말로 땡전한푼없이 헤매다가 Peru 라는 나라를 통해서 어쩌다가 아르헨티나 까지 들어온.. 당장 끼니를 해결하기도 어렵게된 부부와 두 어린딸에게 기거하며 미장원이라도해서 먹고살라고 열쇠를 주었다. 그는 한때 한국에서 잘나가는 남자 오인방 헤어디자이너에 속했었다고 했다. 내가 기억나는 이름은 그중 박준 과 찰리정이다. 그외에 세사람중 한사람에 그사람이 들어간다고 했고, 박준이나 찰리정 이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사람의 이름은 못들어봤다고 하니 자기는 전라도에서만 활동을 했기때문에 전라도에서만 유명하다고 했다. 알게뭐야… 우리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우리보다도 훨씬 어려운 가족이 우리의 도움을 받아 밥은 굶지않을정도로 거할곳을 마련해줄수 있었다는것에 난 다시한번 기쁨을 느낄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미장원에 머리만큼은 돈안들이고 할수 있을거라고 상상을 하며 말이다. 결국은 갈때마다 하도 딱하게 보여서 돈을 내고 머리도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의 웨딩샾은 허탈하게 마무리 지어졌고 결국은 그 가족도 일년후 한국의 오층짜리 건물을 되찾게 됐다면서 미장원문을 닫고 고국으로 떠나버렸다.
가장 슬픈사실은… 내가 그렇게도 좋게 생각하고 따듯하게 생각했던 내친구의 가족을 나의 실수로 내지는 나의 몰상식하고 몰지각한 행동으로 잃었다는것…. 그것도 슬프지만 그친구의 남동생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가서 말한마디 인사도 못한것. 아줌마 손한번 잡아드리지못한것… 그친구를 한번도 안아줄수 없었던것… 그건 그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는 나의 흑역사가 되었고 나의 가장 챙피한 과거가 되어버렸다. 지금이라도 그친구를 만날수만 있다면… 그아줌마를 만날수만 있다면 사죄하고 손한번 꼭 잡아드리고 싶다. 나의 진실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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