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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ley의 뜨개공방

피아노와 아놀드퍼머 양말 hey kyung lee (paseoka) 2021-12-8  00:36:58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좋아해서 배우고싶었고 또한 집에 피아노 한대가지는게 소원이었던 나… 어려운 집안 형편에 말도 안되는 꿈이었지만, 엄마는 종이건반을 구멍이나라 두들기며 진상을 떠는 나를 아마도 가슴아프게 바라보셨을것이다. 종이건반으로는 성이 안차서 결국은 나무토막들로 건반들을 좀더 입체감있게 만든후 나는 또다시 칠줄도 모르는 피아노를 혼자서 매일 연습했다. 더어려서 가지고 놀던 바비인형 다음으로 나는 피아노에 빠져들었다. 바비인형으로도 내 뜻을 못이룬관계로 나는 내가 피아노를 가지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었다. 그러던중 부자고모가 아버지에게 사업자금을 대주시며 사업을 해보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이미 여러번의 사업실패로 더이상은 사업을 시작하는것자체가 아마도 좀 두려우셨는지 은행에 사업자금을 입금시켜놓고는 한참을 그어떤일도 시작을 못하고 계셨던때였다. 도저히 나의 그런 행각들을 보다못한 엄마는 어느날 나를 데리고 피아노 파는곳을 가시더니 피아노를 덥석 사주셨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난 내볼을 몇번이나 꼬집어보았고 내따귀를 때려도 보았었다. 갑자기 집으로 피아노가 딜리버리 되던날…. 아버지는 사업자금의 일부로 피아노를 내게 사주신 엄마를 야단치기는 커녕 오히려 나에게 열심히 배워보라고 격려적인 한마디까지 하셨다. 나에게 이런날이 올줄이야…. 그리고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가 다닌다는 피아노학원을 같이 다니며 배우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는 피아노연습을 누가 시키지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했고 학원에 나보다 몇년이나 앞서서 배우기시작한 다른 학생들의 진도를 따라잡을수있게 되었다. 즐기는자를 이기기는 어려운법… 난 손으로 하는건 뭐든지 빨리 익히기도 잘하는 타입이지만, 더구나 피아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악기이고, 소리이고, 평생 내옆에서 단한번도 없었던적이 없을만큼 나의 최애품이니 아마도 그시절은 내 인생에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으리라… 결국 나는 2년만에 전국대회를 나가서 단연코 1등을하며 어려운 환경속에서 피아노를 사주신 부모님께 집채만한 트러피를 안겨 드렸다. 지금까지도 난 항상 피아노를 치며 어려서 배운것들을 악보없이 다 외우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벌써 거의 사십년째 같은곡들을 치고 있으니 말이다. 눈감고도 칠수 있을정도다. 듣는가족들은 뻔한 레파토리에 지겨울지 모르지만, 피아노에 앉아서 건반을 두드릴때가 가장 행복하고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순간인것은 나의 인생악기가 바로 피아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뜨개질은 늦은밤 피아노를 칠수없어서 내지는 아픔을 승화시키기위해 시작했던것이지만, 피아노는 내가 진정 치고싶어서 시작한것이며 나이도 어렸을때이니 더더욱 잘 발전 한것이리라…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인형옷 과 바비인형 하나 변변하게 사줄수 없었던 살림형편에 사업자금을 축내가면서까지 피아노를 사주신 엄마…그걸 이해해주셨던 아버지… 두분에게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오늘따라 피아노를 치며 다짐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운동화를 어떤 상표를 신었느냐에 따라서 아~ 그 은색 아식스? 내지는 그 파란 프로스펙스? 혹은 그 빨간 나이키? 이런식으로 이름모를 남학생을 지칭하기도 했었다. 양말도 운동화와 함께 깔맞춰서 신었는데 나는 양말만큼은 귀여운 우산이 그려져있던 아놀드퍼머 양말을 즐겨신었던 기억이 난다. 딸이 나이키며 아디다스며 신다가 몇번 안신고도 불편하다는둥 갑자기 맘에 안든다는둥 하면서 요즘 새로나와 뜨는 운동화를 사달라고 하지만…. 사줘도 절대 기뻐하거나 간절히 원했던걸 가지게됐다고 생각하는것같지가 않다. 피아노도 레슨을 받아보게 했지만 간절함이라곤 찾아볼수가 없다. 그냥 엄마가 하라고하니 몇번 해보다가 별로 내키지않는다고하며 관심없어하는걸 보면 참… 내가 너라면 얼마나 좋을까… 난 엄마가 피아노 학원비를 몇일씩 늦게 주시는때가 많아서 피아노 선생님 눈치가 보여 더욱더 열심히 했건만… 레슨비도 허구한날 늦게 주면서 연습을 너무 완벽하게 해와서 진도를 나갈수밖에 없는 내가 밉지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선생님 눈치를 봐야했던 나였는데…. 이것저것 뭘 해봐야 자기가 뭘 잘하는지 뭐에 소질이 있는지 알텐데… 우리딸을 보고있노라면 요즘 젠지들은 다 이런가…? 라는 생각이 든다. 간절함… 아놀드 파마 양말한켤레를 신으면서 느꼈던 그 간절함이… 오늘따라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물질에대한 간절함을 말하는게 아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가졌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포기 해야하는지… 그런것들에대한 간절함이 있어야 감사하는마음도 생기고 그것을 획득했을때 만족감도 누릴수 있다는것이다. 피아노는 나의 자중감이며 성취감이고, 아놀드퍼머양말한켤레는 나의 감사하는 마음이었음을 딸에게 알려줘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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