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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ley의 뜨개공방

비오는날 hey kyung lee (paseoka) 2021-12-24  02:14:53
밤새 주룩주룩 비가내렸다. 모처럼 많은비가 오니 웬지 만물에게 필요한 수분을 공급하고있다는 안도감같은게 느껴졌다. 이번비엔… 이상하게 몸이 쑤시는것도 쑤시는거지만, 아침에 만나서 커피한잔하기로했던 숙영언니와의 만남이 설레였던 것일까?… 밤새 잠을 설쳤다. 내가 좋아하는 비오는날에 누군가와의 아침데이트가 몹시나 기다려졌었나보다. 새벽에 어깨와 팔에 파스를 부치고 을씨년스러운 바깥을 내다본다. 내가 진정 즐기는 순간은… 다름아닌, 말이 통하는 누군가와 거창한 식사도아니고 그럴듯한 장소에서의 사치스러운 만남도 아닌 바로 아침일찍 조용히 만나서 모닝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그게 누구던간에 나와 몇마디라도 서로 말만 통한다면 말이다. 그런 친구들이 몇몇 있지만, 아침부터 만나서 커피를 마시자고 할만큼 자유롭거나 한가한 친구가 별로 없다는게 문제다. 그러고보면 아이들이 어렸을적 죄다 학교에 보내놓고 엄마들끼리 누군가의 집에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비빔국수를 비벼먹고나서야 아이들 픽업시간이 다되어 부랴부랴 헤어졌던 그때그시절….우리가 삼사십대 초반의 아낙들이었을땐 아침에 아이들 학교보낸후의 삶이 참 여유로웠었다는 생각이 든다. 밤새 남편과의 서운함을 살짝 공개하기도하고, 시댁식구들과의 자그마한 마찰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이 겪은 별별일들에관해 수다를 떨면서 우리딸이 그랬냐… 너네아들이 그랬냐… 박장대소하며 시끄러웠던 순간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난 그런 자리에서 수다를 떨기보다는 가만히 듣는쪽이었던것같다. 그렇다. 나는 세사람만 모여도 말을 잘 안한다. 단 한사람과의 만남이 좋다. 두사람만 내앞에 앉아있어도 대화에 크게 끼고 싶지가 않은이유는 뭘까… 외향적으로 보이는 나는 보기와는 다르게 은근히 남앞에서 부끄러움을 타는편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내가 전혀 그렇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집에 같이 사는 내딸조차도 엄마는 어딜가서나 할말다하는 사람… 으로 알고 있는듯하다. 그러니까 식당엘가도 관공서엘가도 하다못해 전화로 해야하는 모든 컴플레인은 다 영어도 잘 못하는 나를 시킨다. 왜 내가해야해? 하고 물으면 “엄마니까!” 라는 말한마디만 돌아올뿐이다. 결국은 비가 너무 많이 온다는 이유로 숙영언니와의 만남을 다음으로 미뤘다. 대신에 나는 뜨개질을 하기로했다. 모처럼밝은 대낮에 앉아서 뜨개질을 하다보니 이삼년전 아들의 문제로 하루종일 뜨개질만 했던 그시절이 생각났다. 사람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잊혀지지않는 아픈 상처… 아득히 먼일이지만… 아직도 생각만 하면 이유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러고보니 요즘 아들내외가 영상을 잘 올리지 않는다. 뭔일이 있는건 아닐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말은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떻게 무소식이 희소식일수가 있는가… 서로 무심하니까 그러는것아닌가? 알릴 희소식이 없으니까 무소식을 하는게 아니냔 말이다. 갑자기 아들이 몹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전화기를 들어 아들과 나누었던 마지막 문자내용을 읽어보았다. 마지막 대화내용은 그리 기억하고싶지않을만큼 서로 냉랭했다. 오늘… 아들에게 안부인사 한번 전해볼까도 생각이 들었지만, 냉랭한 답변이 돌아올까 겁이 났다. 그렇게 전화기를 몇번 들었다 놨다 하다가 어느순간 난 아들에게 문자로 장문의 편지를 쓰고 있었다. A4 용지로 한장정도 되는 문자내용은 별거 아니었다. 아들아… 보고싶다… 잘있니? 건강하니? 로 시작했다가 난 다 지워버리고 새로 쓰기를 서너번… 어떻게 써내려 갔는지도 모르게 술술술 말이 나왔다. 비가 왔던 탓일까… 기다렸다는듯 아들이 바로 답장이 왔다. 내문자를 아마도 많이 기다렸었나보다. 나의 착각일까?… 아들은 나에게 또 설명했다. 자기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한것이고 행복하고 그런데 왜 엄마랑 이렇게 만나지도 못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동생도 벨라도 다 보고싶은데 가서 볼수도 없게 엄마가 반대를 했었는지 모르겠다… 이젠 그러지말자… 잘지내자… 뭐 대충 그런말이었다. 난 답을했다. 엄마가 한국엘 가니 그전에 한번 와서 할머니 할아버지도 뵙고 한국도 같이 나가서 몇일 있다가 미국으로 돌아가거라… 그렇게 답장을 했다. 아들은 결정하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예전같지 않은 아들의 쌀쌀함.. 아니 어른스러워진 말투… 존댓말 꼬박꼬박하는 아들이 웬지 내아들같지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비오는날 아들과의 잠깐의 소통이 나에게는 만물에게 공급되는 수분과도 같이 내얼굴을 그리고 나의 가슴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마치 만물을 소생시켜주는 비 와도 같이 나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아들아… 답장줘서 고마워. 반가웠다 사랑한다! 나도모르게 기쁨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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