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색과 구름의 모양이 단하루도 같은날이 없듯이 바다의 모양이나 색도 같은듯하지만 매번 틀리다. 사람의 마음도 시시각각 변한다. 모든것은 변한다. 변하지않는것은 자연안에서 모든게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우리네 인생은 그렇게 매번 변화를 거듭하며 때로는 발전하고 때로는 후퇴한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앞으로 전진하는 발전을 이뤄왔는가..? 얼마나 많이 후퇴하고 퇴보해왔던가…? 하지만 발전하는것만이 좋은것도 후퇴한것이 항상 나쁜것도 아니다. 가끔 한발자국 뒷걸음질치면서도 배우는것들이 있다. 겸손… 바로 나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될수도 있는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며 얼마나 많은것들을 놓치고 잃는지도 한번쯤 돌아본다면 주식이 오르다 횡보하고 내리다 횡보하듯 그 횡보기간에 우리는 더 오르게될지 내리막길로 가게될지를 잘 살펴봐야 할것이며 내 결정이 틀렸다해도 언젠가는 인생에 있어서도 좋은일이 생긴다는사실을… 주식처럼 언젠가는 오른다는것을 인지해야 덜 괴로운것이다.
부산에 와서 산지도 어언 8개월이 지나갔다. 이젠 어제의 바다색과 오늘의 바다색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것 정도는 단번에 알만큼 바다와 익숙해졌고 친화력도 생겼다. 걷고 또 걷고 하면서 청사포바다가 왜 이름이 청사포인지.. 산책길이름이 왜 문탠로드 인지 알게 되었지만 그런것들을 아는것은 별로 그리 중요하지 않다. 비록 외국인신분으로 살고 있지만, 나는 그누구보다도 이동네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요즘들어 자꾸 떠나야할것같은 마음이 드는것일까? 도대체 왜?
내가 아마도 병인가 보다. 한곳에 계속 살지못하는 병!
옛날에 중앙관아의 공문을 전달하러 지방곳곳을 돌아다니라고 벼슬아치가 말을 내주던 장소가 역 이라고 불렸고 내주던 그말을 역마라고 했다던가? 하지만 그뒤에 살이라는 글자가 붙어서 역마살 이란 단어로 쓰인다. 난 그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주팔자와 관련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역마는 쉴만하면 이동을하고 또 쉴만하면 이동을 반복해야해서 계속 쉬지도 못하고 옮겨다녀야 했다고 한다. 불쌍한 말 아닌가…ㅠ.ㅠ
이좋은 달맞이를 두고 어디를 간단말인가? 그냥 이 역마와도 같은 행동을 여기서 그치고만 싶다. 이젠 쉬고싶다. 자꾸만 어디론가 또 가야할것같은 이기분 분명 병이리라… 3,4월에 이동네에 활짝 핀다는 벚꽃이 내마음을 꼭 붙들어매줄라나… 그런 계절의 변화가… 아니 자연의 변화가… 나를 이곳에 정착하도록 꼬옥! 붙들어매주려나… 기대해본다.
부산에서 이렇게 추운날씨는 최근에 없었다고 한다. 오미크론을 앓으면서 집에서만 있었더니 딸아이의 기침소리를 들을때마다 보일러온도를 좀 높게 잡아서인지 도시가스비가 평소 네배가 나왔다. 다른집들도 가스요금 폭탄을 맞았다고 뉴스에서 들어서 조금은 위안이 되었지만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그나마 전체집안을 다 보일러를 켜지 않은덕에 두배가 나왔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요금의 수준이 우리에 비하면 현저히 낮았다. 우리는 중앙난방시스템의 오래된 아파트여서 평소에도 다른집보다 몇배가 더 많이 나왔었는데 이번에 네배가 나왔으니 그요금이 어마어마 하다. 어제부로 날은 더 추워졌는데 주방이며 거실 그리고 쓰지않는 옷방은 밸브를 잠궈버렸다. 잠을 자는 방 두개만 켜놓기로 했지만 웬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격이 되버린것같다. 안추울땐 팍팍 틀어 폭탄맞고 이렇게 강추위에는 또 아낀다고 밸브들을 잠궈버리고… 마치 주식이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파는것처럼 나는 왜이리 센스가 없는것일까… 한국의 겨울은 아직 내가 친해지기엔 너무 강하고 잔인하다. 자연과 맞대응해 이길생각을 하지말고 순응해가며 지혜를 얻어야겠다고 배우고있다. 그것이 한국에서 오래 버티고 잘사는길이라 생각이든다.
조지아주에서 살때 같은동네에 살던 내또래 과부친구… 그녀역시 딸아이와 단둘이 살다가 딸이 집을 나갔고, 친구들과 함께 살면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학교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걱정을 일삼던 그 친구가 그당시 아들문제로 힘들어하던 나와함께 와인잔을 기울이며 서로 울기도많이 하고 위로도하곤했던 그친구가 연락이 왔다. 잘지내냐고… 서로 무소식이 희소식인가하며 살다가 일년만에 연락을 주고받았다. 나보다 한살더 많은 그녀는 미국으로 시집을와서 남편이 십여년전 죽고 타주에서 조지아주로 이사와서는 병원에 간호사로 일하다가 팬데믹때 팟타임으로 돌리고 지금은 시니어들 메디케어 보험가입을 돕고 있는데 그또한 쉽지않다고 한다. 노인들을 돕는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일이고 희생을 요하는일인지 난 조금은 알기에 그친구가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폐경이 일찍 와서 골다공증까지 왔다고 하니 우리나이가 이젠 저물어가는 나이에 접어들었구나 싶어 조금 우울해졌다.
그친구가 갑자기 생각에 없던 재혼을 원한다고 했다. 충격이었다. 영어도 잘하고 똑똑한 친구라 항상 나보다 여러모로 능력이 뛰어난점이 부러웠는데 아마도 이젠 너무 외로운가보다. 아직 딸이 곁에 같이 사는 나보다 말이다.
딸에게 고마워 해야겠다. 곁에 있어주는게 얼마나 큰힘이 되는지 … 그친구를 통해서 잠깐 잊었던 사실을… 아마도 한달에 한번쯤은 잊어버리고 있다가 매번 다시 깨닫곤 하는것같다. 멀리 있는 벗을통해 또 이렇게 깨닫게 된게 감사할뿐이다. 한국에 오게되면 부산에 꼭 오겠다고 한다. 그리운 친구들이 멀리서 찾아와준다는것은 너무나 기쁘고 행복한일이다.
조지아주에서의 아픈 상처가 이젠 조지아주에서 멀어진 거리만큼 먼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녀와 함께 서로의 자식에대한 고민을 터놓던 그날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과부가 되었고 타주에서 이사온것도, 같은동네에 사는것도, 다 비슷했지만 성격은 완전 달랐다. 나와는 완전 반대로 절대로 변화가 없을것만 같은 그녀에게 그렇게 마음의 큰변화가 왔다는게 참으로 놀랍고 충격적이다. 절대로 재혼은 생각도 없던 그녀였기에 말이다. 얼마전 나도 잠시 그런생각을 한적이 있는데 아마도 우리가 바로 그런 연령대인가보다.
그녀도 자연의 한부분인것을… 변화가 없으면 자연에 속할수 없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다.
꼭 다시만나 손을 잡고 그시절을 떠올리며 서로에게 다시한번 힘이 되어주는때가 왔으면 좋겠다.

*지난주 집에서 Custom Wine Party를 열었다. 미국에서도 한번을 안해봤던 Custom 파티는 정말 재미있었다. 딸아이를 위해 파티를 열어주길 잘했다싶다. 비록 딸은 와인을 못마시지만 다른종류의 와인들을 한병씩 들고와서 마시기도 하고 내가 준비한 치킨 알프레도 파스타와 씨푸드 파스타 그리고 여러종류의 치이즈와 햄 그리고 카나페가 어우러져 최고의 파티가 된것이다. 원래는 연말에 하기로 했던 파티가 우리모녀의 오미크론 감염으로 미뤄졌었다. 우리딸은 탱글의 리펀즐 드레스를 준비해서 후라이팬을 들고 설치고 난 슈렉의 피오나 공주를 준비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