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동안의 켈리포니아 여행을 마치고 부산 달맞이로 다시 돌아온지도 벌써 삼일째다. 시차가 몇일이나 갈런지 낮에 잠을 안자고 일부러 밖에 볼일보러 돌아다니면서 버텼는데도 새벽 두시에 깬다. 냉동실에 있던 군고구마를 전기밥통안에 넣어두었다가 낼름 다 먹었다. 미국에가서 이상하게 한국의 군고구마가 생각이 났었다. 동네 마트에서 돌위에 노릿노릿 잘구워진 군고구마큰거 하나가 천오백원이다. 전철역이나 번화가에서 사면 하나에 이천원에서 이천오백원 삼천원까지도 하면서 사이즈는 더 작은 경우도 있다. 그런면에서 달맞이 장터 마켙의 군고구마는 어느새 나의 군것질감으로 자리매김한지 꽤 됐다. 첨에는 좋아하던 딸아이도 이젠 지겨워서 안먹겠다고 할정도로 난 군고구마를 너댓개씩 사서 냉동실에 모으고 있다. 이렇게 혼자 배고플때 밥통에 넣어서 뜨겁게 먹으면 그맛이 하나 변함이 없는게 일품이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던 로렉스 시계를 이번에 미국가서 팔았다. 원하는만큼 가격을 받지못했지만, 그래도 그걸 팔아서 딸아이가 탈 차를 미리 주문해놓고 와서 흐뭇하다. 이젠 딸아이가 미국으로 돌아가서 본업인 학업을 다시 수행해야 할때가 된듯하다. 올해 여름이면 딸과 약속한 한국일년살이가 종료된다.
많은변화가 있었고 나의 어깨 팔의 통증도 좋아졌지만, 그래도 난 왠지 몸이 너무 무겁다. 얼굴에 그리고 몸에까지 아토피가 올라온다. 조지아주에서 첨 발병했던 아토피가 다시 한국에서 겨울에 재발한데에는 아마도 낮은온도와 습한 바다기운 내지는 보일러를 켠덕에 실내의 건조함때문이지 싶다.도대체가 원인을 알수가 없다. 조지아주에 첨 도착하자마자 겨울이었을때에 나의 아토피가 시작했었기 때문이다. 그당시 딸아이가 켈리포니아에서 아토피로 눈두덕이 허구한날 성할날이 없었는데 차라리 저 아토피가 나에게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적이 많았다. 그러던중 조지아주에 가자마자 딸아이 얼굴은 깨끗해지고 바로 그 똑같은 자리 그러니까 눈두덕에 아토피가 나에게 옮겨진듯 찾아온것이다. 그땐 너무 감사했다. 딸아이의 얼굴이 깨끗하게 이뻐진것도 그리고 긁지말라고 손을 때리지않아도 된다라는 생각에 얼마나 감사했던지 모른다. 이젠 내가 눈두덕을 긁으려치면 딸이 내손을 때린다. ㅎ 배운대로 하는것이다. 그런데 한국와서 이 아토피가 재발할줄은 몰랐다. 켈리포니아를 가면 없어지려나 싶었지만 조금 나아지다가 도로 제자리 걸음을 하는것은 이제 어디에 살아도 아토피와 함께 가야하나하는 마음이 든다. 그래도 딸이 아토피로부터 벗어난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캘리포니아에서 캐나다에 사는 딸의 남사친과 만남을 가졌다. 데리고 같이 여행도 하고 유니버설 스투디오에도 둘이 내려주고 동생집으로 와서 벨라와도 만나게해줬다. 밸라는 남자들을 싫어해서 누가와도 잇몸을 드러내는데 이상하게 얌전히 굴면서 자기몸을 맡기기까지 했다. 참으로 희한한일이었다. 가족이 되려나? 아무튼 우리와 한가족이 되려면 거쳐야하는 일차 관문은 통과한건가 싶었다. ㅎㅎ 떠나는날 공항에 내려주기전 나에게 꽃을 한다발 사왔다. 아들에게 받아보고 오년만에 처음 꽃을 받아본다. 기분이 묘했다. 이아이가 내 사위가 되려나… 남자아이는 캐나다가 너무 춥고 눈도 많이 오는데 켈리포니아는 너무 날씨가 좋다고 와서 살고싶을정도로 켈리포니아가 좋다고 했다. 그렇게 누구나가 좋아하고 살고싶어하는 켈리포니아를 나는 왜 두번이나 떠났을까…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미국에가서 나의 애마를 타니 날아갈것만 같았다. 무거운짐도 두렵지않고 멀고먼 라스베가스까지 운전을해서 후딱 갔다온것도 너무 좋았다. 모처럼 내가 가고싶은데를 아무 거리낌없이 갈수있다는게 너무 행복했다.특히 베가스의 호텔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베네시안 호텔은 언제나 설레이는 추억이 있는곳이다. 저녁노을이 그려진 베네시안호텔안 광장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다같이 점심을 먹었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운전을 못하겠다. 무섭다. 특히 부산사람들은 성질이 더 급해서 그런지 장난이 아니다. 도로 표지판도 하나도 모르겠고 길도 솔직히 너무 헷갈린다. 좁은차도에 오토바이는 왜그리 많이 다니는지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또 왜그리 많은지… 차들도 사람을 안피하고 사람들도 차를 안피한다. 정말 한국에서 운전을 하고다니는 사람들이 대단해보인다.
현재 두달째 공들여 짜고 있는 핸드백이 있다. 작년 여름 신세계백화점 뜨개가방 가게에서 맘에 들어서 색깔대로 세개나 샀던 그가방을 좀더 고급스러운 실로 사이즈는 더 크게 짜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연말연시덕에 아직 반정도짜고 두달이 되도록 완성을 못하고 있지만 심플한 모양의 가방만 짜다가 오랜만에 핸드백 수준의 가방을 짜고있으려니 무척 설레인다. 다음글을 올릴때쯤엔 완성되지않을까 싶다. 실이 너무 뻣뻣한 재질이라 손가락이 너무 아프지만 그런만큼 작품이 잘 나오면 좋겠다. 그때 뜨개가방사건이 있었던 신세계백회점 지하에 있던 뜨개가방 가게는 문을 닫았다.주인의 마인드를 보면 오래갈 가게는 아니라는 느낌이 있었기에 문을 닫았다해도 전혀 놀랍지가 않았다.
부산에 다시온 기념으로 나는 혼자서 해운대 기와집 대구탕을 먹으러 갔다. 왠지 피곤하고 몸이 안좋을땐 대구탕 한그릇이 최고다. 내가 부산에온 이후로도 가격이 더 올라 14.000원 이지만 그래도 미국에비하면 엄청 싸다. 팁도 안줘도 되고 말이다. 동백섬이 보이는 방이 혼자가면 항상 앉아먹는방이다. 부산 해운대에 가면 꼭 먹어줘야 하는 내가 찾은 맛집이다. 주말엔 차가 줄을서서 들어가는데 평일이라 한산했다. 그래서 나는 평일 저녁 달맞이를 걷다가 혼자서 자주 먹는다. 오늘도 한그릇 뚝딱 해치우니 조만간 시차도 극복할것같고 온몸의 아토피가 다 사라질것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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