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씨님들

여기 아틀란타는 여름 내내 지겨웠던 비가 좀 그쳤어요.

낮엔 더위가 다시 찾아온 듯 하지만

이 밤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또렷하니 

여름 속 가을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느껴요.

오랜만에 찾아 뵙네요~

5월부터 시작된 여름 방학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정말 머리 풀고 꽃 꽂은 심정으로 살고 있어요-.- 

지금은 살짝 미칠 것 같지만

또 두 녀석 다 학교를 가고 좀 여유가 생기면

방학동안 애들이랑 지지고 볶으며 보냈던 하루 하루들이 소중하게 느껴지겠죠?

나쁜 기억은 다 잊어버리고 좋은 추억만 남아서 아쉬워 할거라는 걸 벌써 알고 있어요...

제가 항상 그래요.

첫 직장을 그만두기 전쯤 이노무 회사 정말 빨리 때려 치우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힘들고 외로웠던 기억은 하나도 없고 

재밌고 즐거웠던 젊은 날의 모습만 가득하고...

첫 애를 놓고는 갓난쟁이도 처음으로 부모가 된 저희 부부도 어찌할바를 몰라 허둥대는 총체적 난국의 시간들을 보내며 시간이 가기는 가는건지, 애가 크고 있기는 하는건지 싶었는데

돌이 지나고... 학교에 들어 가고... 

이제는 애기 사진을 보며 잠 못 이루던 그 수많은 낮과 밤들은 다 까먹고 

귀여운 사진으로만 남은 아들의 모습에 웃음만 가득하네요.

지난 달에 잠시 한국에 갔다 왔어요.

2주 동안 부산 찍고, 제주 돌아, 서울까지 바쁘게 돌아다니다 왔어요.

그런데 이 짧은 여정에 복병이 있었으니...

가기 전 첫째가 눈병에 걸린 것 같아 항생제를 처방 받아서 한국으로 출발했는데

더 악화되서 한국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된 병원행이

스테로이드 안약에, IV주사도 맞고, 급기야 렌즈까지 끼는 난리를 피우다

둘째에게까지 똑같이 옮기면서

돌아오는 비행기 타러 가기 전까지 병원에 들렀어요.

그래도 한국은 보험이 없어도 의료비가 저렴해서 다행이었어요^^

애들 데리고 땡볕 더위에 놀면 뭘 얼마나 놀겠냐만은...

계획했던 것 만큼 신나게 못 놀아서 아쉬운 마음이 살짝!!!

그런데 훌쩍 몇 주가 지나 돌아보니

이제는 손주가 세명이나 생긴 우리 엄마의 쪼글해지시는 얼굴을 보고 또 보고,

처음으로 가볍고 말랑한 조카를 품에 안아보고,

애들 약 사러 가서 소식을 통 모르던 약사가 된 고등학교 친구도 우연히 보고,

같은 미국에 있으면서도 멀어서 자주 못 봤던 친구 부부랑 

애들 맡길 곳이 없어 미국에서는 힘든 fine dining도 모처럼 하고, 

학교 친구들, 직장 친구들을 만나 영어로는 풀 수 없었던 수다를 침 튀겨가며 실컷 하고~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으로 응원하고 걱정하는 식구들, 친구들의 얼굴들을 보고 왔으니 

신나게 잘 놀다 온 거죠?

애들 줄줄이 아파서 힘들었던 기억은 홀라당 까먹고

좋은 추억들만 한가득이에요^^ ㅎㅎ

맛있는 사진들이 있어야 되는데

먹느라 바빠서 사진이고 뭐고 하나도 없고... ㅋ

그나마 먹는 거랑 관련하여

정주항에서

우도에서

  잡아서 바로 회 떠서 먹었어요.

다대포 갯바위... 여기선 바람만 잡다 왔어요.

지하철에서 모르는 우리 애들에게 

용돈을 주시며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시던 할머니,

지나가는데 몇 살이냐고 물으며 머리를 쓰다듬으시던 아저씨들,

살기가 각박하고, 

인정이 메말라 간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 나라의 따땃한 인심을 곳곳에서 느꼈어요.

그리고 인심과 함께 우러나는 한국인의 밥심.

수하는 뜨끈한 밥과 면을 마구 마구 먹고 

띵띵 불어서 돌아 왔어요-.- 

수하의 Happy Paleo, 

다시 열심히

해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