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이어 '영어는 한글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우리는 왜 영어가 힘들까요?
인도, 중국 사람들은 발음은 쬐끔 이상한 듯하긴 해도
영어 참 잘하죠. 빠다 발음 아니어도 영어 잘하지요.
우린 빠다 발음 추구하느라 이런 건지...
그것도 작은 이유는 될 것 같습니다.
빠다 발음 아니면 입도 잘 안떼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긴 합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가 영어가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어순'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어순
과연 이 어순이 뭘까요?
어순이 어순이지 뭐긴.
그렇죠.
어순은 어순이죠.
말의 순서요.
그런데 단순히 말의 순서에 끝나는 건 아닙니다.
어순은 놀랍게도
생각의 순서와도 같습니다.
다음의 문장을 예로 들어보죠.
나는 나무 밑에 서 있는 그녀를 보았다.
우리말입니다.
이게 우리의 생각의 순서죠.
나는 - --> 나무 밑- --> 서 있는 - -- -> 그녀- -- ->보다
다시 한번 천천히 볼까요?
명상하듯, 실제로 '상상놀이'를 해보기로 하죠.
눈을 감아주세요(아, 눈감으면 이 글을 못 읽으시겠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
눈은 감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머리를 비우세요.
그리고 이제부터 토종댁이 말하는 걸 그려보세요.
시작합니다.
1. 나
2. 나무 밑
3. (누군가) 서있다
4. 그녀
5. (나가 무언가를) 보는 동작
아니면 이런 순서 그대로 실제로 백지에 그림을 그려가도 좋습니다.
해보세요.
해보시니 어떠신가요?
우리말 순서대로 한번 다시 짚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나가 있고, 나무밑이 있고, (누군가) 서있고, 그녀가 있고
이렇게 사람, 물건을 일단 세운 다음...보다
그 물건(사람)을 갖고, 혹은 상대로 해서 하는 '동작'은 맨 나중에 나옵니다.
그렇죠?
자, 그럼 영어를 봅시다.
I saw her standing under the tree.
'나'가 있는데
그 나가 뭔가를 봅니다
그 뭔가는 여자입니다.
그 여자가 서 있습니다.
나무밑에.
요걸 또 고대로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어떠세요?
어떤게 그림으로 잘 그려지나요?
우리말은 3번에서 딱 막힙니다.
1. 나
2. 나무 밑
3. (누군가) 서있다
4. 그녀
5. (나가 무언가를) 보는 동작
3번요.
누군가 서있는..........
'누구'를 그리지도 못하고 '서있는' 걸 어떻게 그립니까?
해보시니 딱 아시겠죠?
그렇다고 해서 우리말을 깎아내리려는 게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생각의 순서!
우리말과 영어에는 분명 그게 존재한다는 거죠.
어떤
생각의 흐름
인식의 흐름
말입니다.
어떤 대상을 '보다'라고 할 때만해도
우리는 일단 '보는' 대상을 먼저 다 세워둔 다음에
'보다'라는 동작을 완성합니다.
그러나 영어는 '나'와 '보다'를 아주 가깝게 취급합니다.
나로부터 먼저 시작되는 거죠.
우리말은 대상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주어'가 아예 빠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고요.
길을 걸었다. 외로웠다. 아무나 붙잡고 수다를 떨고 싶었다.
이런 문장이 이상한가요? 우리는 주어가 '나'라는 걸 너무나 확연히 압니다.
하지만 영어는 주어가 빠지는 예는 '명령문'밖에 없고
'you'가 앞에 생략된 거지요.
오늘 너무나도 중요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냥 '어순'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에서
조금 더 들어가서
생각의 흐름
인식의 흐름
을 생각해 봐주세요.
거기에 무언가,
영어와 우리말에 차이가 있구나..............
이걸 일단 느껴봐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 이어서 이야기하지요!
2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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