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흡연자인지라 비의료 목적의 대마초 흡연 합법화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요. 이게 캘리포니아에서 2018년 1월부터 합법화 되고 난 후 저희 사무실을 찾는 의뢰인들 중 배우자의 대마초 흡연 관련해 고민과 우려를 털어놓는 분들이 의외로 꽤 많았습니다.

예전에는 의료 목적이 아닌 대마초 흡연은 불법행위 였으니 이걸 하는 건 막연히 나쁜 거, 고로 불법행위를 하는 남편은 (아내가 대마초 흡연을 해서 이혼하고 싶다고 저를 찾아온 분은 아직 안 계셨어서..) 나쁜사람 내지는 나쁜아빠, 뭐 이런 간단한 공식을 들고 들어오셨었는데요. 요즘은 이게 불법은 아니지만 집에서 연기 자욱하게 해놓고 정신 헬렐레 벌렐레 하고 있거나 대마초 흡연 후 폭력성이 심해지거나 하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이 계신거죠. 

특히 양육권 소송을 예상하는 분들은 상대방 부모의 대마초 중독이나 흡연이 양육권 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 하십니다. 비흡연자들에게 대마초 흡연은 불법인 듯 불법 아닌 불법 같은 너로 받아들여지기 쉽기 때문인데요. 대마초 흡연에 관해 2018년 1월 전후해서 많은 판사들이 (캘리포니아) 세미나를 통해 자신의 관점을 표명해 왔는데요. 제가 들은 내용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2018년 1월 전에도 대마초의 불법적인 사용이나 합법적으로 처방을 받기는 하였으나 오용이나 악용하는 경우에 대해 여러차례 세미나에서 다뤄졌었는데요, 판사들의 공통된 의견은 대마초 흡연 자체가 합법적인 경로를 통했냐 아니냐 보다 흡연을 함으로써 아이들의 건강이나 안전에 위협이 되느냐가 주 쟁점 내지는 관심사라는 겁니다.  흡연자이기 때문에 무조건 아이를 만나면 안 된다, 아이에게 해롭다의 등의 추정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얼마나 자주, 어디에서 흡연을 하는지, 왜 흡연을 하는지 (예전에는 anxiety 등의 이유로 합법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대마초를 흡연한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로 인해 정상적인 parenting (육아) 이 불가능한 상태인지, 이전에 대마초 흡연으로 인해 아이의 안녕에 해를 끼친 전적이 있는지 등, 무척 포괄적으로 흡연자의 육아능력을 검토하는 절차를 거친다는 겁니다. 한 판사는 의사의 처방을 가지고 흡연을 하긴 하지만 대마초 중독인 아빠가 아이의 면접교섭권을 신청한 경우, "아이는 얼마든지 보십시오. 다만 아이를 만나기 전 48시간 이상은 대마초 흡연을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명령을 내렸다고 하더군요. 그랬더니, 그럼 자기는 언제 대마초를 피우는 거냐고 되묻더라는... (애는 보고 싶으나 48시간 이상 대마초를 끊을 의지는 일도 없다는 말이죠)

대마초 사용이 전반적으로 합법화된 요즘은 어떨까요? 흡연자의 경우에는 술, 담배처럼 합법화된 대마초 흡연이니만큼 아무것도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술, 담배처럼 불법이 아니라고 해서 양육권 결정에 고려가 안 되는 건 아니겠죠. 18세 넘은 성인이 담배를 흡연하는 건 합법입니다 (장소의 제약이 있을 수 있으나). 하지만 갓난애가 있는 집안에서 하루 한 갑씩 피워댄다면 이 갓난아기의 양육권을 결정해야 하는 판사가 어떻게 판단하게 될까요? 모르긴 몰라도 이런 중독상태의 흡연자에게 주양육권을 주지는 않겠죠. 음주 또한 비슷한 경우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1세 넘은 성인이 술을 마시는 것은, 음주라는 행위 자체만 놓고 보면 합법입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한다면 이건 불법이죠. 음주가 운전자로 하여금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음주 자체는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양육권을 판단할 때 어느 정도로 자주, 얼마나 많이 각 부모가 술을 마시는지, 음주운전의 전적이 있는지, 음주로 인해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린 전적이 있었는지 등은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또한, 아예 음주를 안 하시는 분들이 "저 사람은 매일 맥주를 마신다. 고로 알코홀릭이다!!!" 등의 주장을 하시는 것을 종종 보는데요. 법원에서 양육권 싸움을 하시는만큼, 최종 결정권을 갖고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도 고려를 하셔야 합니다. 가정법을 다루는 변호사, 판사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 자주 가게 되는데요 (사석이건 세미나에서건). 제가 십여년간 지켜봐온 바로는, 이 바닥에서 음주 안 하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술을 안 좋아한다고 해도 와인 한 두잔 정도는 분위기 맞추는 차원에서라도 마시죠. 그러니 매일 와인 한 병씩 마시는 판사에게 내 배우자가 매일 맥주를 두캔씩 마신다고, 애들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알코홀릭이라고 깎아 내리신다면, 그 주장이 아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힘들겠죠. 대마초도 다를바 없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1세 이상의 성인이면 어떤 용도로건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흡연이나 사용의 행위 자체가 합법이라고 해서 가정법 사건에서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각 사건의 배경과 정황에 따라 대마초 사용이 양육권 소송에서 아주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고, 그렇게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는 것이죠.

너무 오랜만에 한글로 글을 쓰려니 아주 두서가 없는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다소 정신 없더라도 찰떡같이 알아 들으시길 고대해보며.. 환절기에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