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30, 40, 50대라서 이혼 하다말고 한 쪽이 사망하는 경우는 상상할 필요도 없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오는 건 순서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 없다고들 하죠. 이혼 소송이 진행중인데 한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이 사건은 어떻게 될까요?

캘리포니아에서는 소장이 송달된 후 6개월이 지난 시점 이후에 어떤 이유에서건 이혼이 종결될 수 없는 상황일 경우 (재산분할을 위한 재판 준비가 덜 되었거나 양육권 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거나 등) "이혼의 성립"만 별개로 우선적인 판결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건 소장 송달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상이 지났고 재판까지 가는 게 한, 두달 안에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면 이혼의 성립 판결을 원하는 사람이 Motion to bifurcate이라는 모션을 통해 다른 이슈들을 내버려 두고 status only 판결을 받는 절차를 밟을 수가 있는데요. 이걸 쌍방이 원할 경우 motion도 필요없이 합의서를 통해 진행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혼이 시작된지 7,8개월만에 이혼의 성립 판결만 우선적으로 받은 후 갑자기 한 쪽 배우자가 사망하게 될 경우 가정법은 나머지 이슈들에 대한 판결을 내릴 관할권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미 이혼의 성립 판결이 내려진 상태이니 남아있는 이슈들을 마저 정리해주는 차원) 하지만 이혼이 시작된지 3,4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이혼 사건 관련해서 판결문이 전혀 안 내려진 상황에서 한 쪽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가정법원은 관할권을 상실하게 되고 이 사건은 상속법원의 관할로 넘어가게 됩니다. 

상속법대로 재산분할을 하게될 경우 가정법과는 완전히 다른 룰이 적용되는데요. 특히 많이 다른 부분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만약 사망한 배우자가 유서가 없이 사망했다면 일단 모든 community property는 (공동명의로 갖고있는 모든 재산 - 부동산 포함) 살아남은 배우자가 100% 갖게 됩니다.

2. 상속법에는 가정법과 달리 "공동재산의 추정"이 없기 때문에 보통 민사와 동일하게 증거법 662가 적용 됩니다. 증거법 662는 재산의 법적 명의를 갖고있는 사람이 실제 소유주일 것이라는 반박 가능한 추정을 얘기합니다. Rebuttable presumption (반증이 가능한 추정)이라고는 하나, 반증의 증거로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가 요구되기 때문에 반증은 쉽지 않습니다.  

3. 상속법에는 가정법에서처럼 reimbursement right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FC 2640 reimbursement 관련해서 올려드린 칼럼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우리 부모님이 집 사라고 다운페이를 다 대주셨다면 가정법원에서는 가정법 2640조에 근거해 부모님이 내게 주신 선물을 인정, 이 금액은 다 내 거로 먼저 떼어주고 나머지 집의 equity를 반반씩 갈라주게 되는데, 만약 내가 가정법원에서 이혼의 성립 판결을 못 받은 상황에서 사망한다면 아무리 집에 대한 권리를 sever해놔서 이게 100% 남편에게 넘어가지 않게 보호장치를 해놨다고 하더라도 부모님이 내게 주셨던 다운페이먼트에 대한 reimbursement 권리는 영영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3번에서 언급했듯, 부동산을 joint tenancy로 갖고 계신 상황에서 이혼을 시작하신다면 늦지 않게 이 joint tenancy에서 나의 권리를 잘라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joint tenancy with right of survivorship이라는 게, 둘 중 하나가 죽으면 살아남은 사람이 100%를 갖게 돼있어서요. 이혼 사건 진행 중에 joint tenancy 안 갈라내고 재산 가지고 피 터지게 싸우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신다면 살아남은 ex는 손 안대고 코 시원하게 풀게 되는거죠. 내가 죽으면 ex가 부동산 권리를 100% 가져가는 것을 원하시는 게 아니라면 Declaration of Severance of Joint Tenancy pursuant to Civil Code Section 683.2라는 걸 공증서명해서 상대편에 송달하고 Grant Deed, Preliminary Change of Ownership Report와 함께 record (등기?)를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유서를 통해 자신의 재산은 부모님이 됐건 자식이 됐건, 엑스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상속하겠다는 서류를 남겨 두시면 상속법에 따라 재산이 분할이 될 수 있습니다. (상속법상의 자세한 내용은 요 밑에 답변 달아주시는 박유진 변호사 페이지에 문의해 주시고요)

돈 문제가 아닌 아이의 양육권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내가 이제껏 아이를 키워왔으니 내가 유서로 나의 사망시 아이의 양육권은 외조부모가 갖는다고 남겨 놓으면 그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오해하고 계신 분들을 온라인상에서 종종 뵙습니다만, 캘리포니아 가정법상 한 쪽 부모가 사망할 경우 남은 부모가 양육권을 갖게 됩니다. 물론 여러가지 예외의 경우는 있습니다만 (애기가 태어난 후 쭉 엄마와 외조부모와 살아왔고 애아빠는 애를 한번도 찾아온 적도 없어서 이제 엄마도 애 인생에서 없어진 마당에 제2의 부모처럼 아이를 돌봐준 외조부모까지 아이의 삶에서 사라진다면 아이에게 엄청난 충격이 올 것이 자명하고 아이에게 해로운 상황) 통상적인 사건의 경우 돌아간 부모가 어떤 유서를 남겼건간에 남겨진 아이는 남겨진 부모에게 양육권이 가게 됩니다 (그 부모가 양육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게 아닌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