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몇년 전에 법원 나가실 때 합당한 복장과 태도에 대해 글을 올려드렸었는데요.

어제 뉴욕타임즈에 여러 연예인들의 법원 출두 복장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와 다시 한번 이 이슈에 대해 글 올려 봅니다.

변호사와 함께 법원에 나가시는 분들은 변호사가 복장에 대한 조언도 드리리라고 믿습니다만 여러가지 이유에서 변호사 없이 법원에 출두하게 되는 분들은 복장 하나만 가지고도 엄청난 고민에 빠질 수 있겠죠. 제가 예전에 쓴 글에서 가장 "엄마다운" 복장을 하고 가시라고 자세한 팁을 드렸는데요.

엄마들도 학교에 teacher parent conference하러 갈 때 복장, 엄마들 만나는 모임에 나가는 복장, 집안 모임에 나갈 때 복장, 교회 나갈 때 복장 등 다양한 복장이 있으니 그 중 어떤 복장이 가장 "엄마다운" 모습을 구현하는 복장일까 고민을 해보실만도 합니다.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땐 무조건 역지사지가 현답으로 안내해 주기 마련.

첨예하게 대립되는 주장의 이혼소송 당사자들을 이미 서면으로 검토한 후 이제 직접 마주하는 판사의 입장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떤 모습을 한 사람의 말에 더 믿음이 갈지 대충 각이 잡히겠죠. 

소시적 교회에서 교회에 올 때 복장을 대통령을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단정하고 좋은 옷으로 차려입고 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꽤 오랜 기간동안 가정법 변호사들은 의뢰인들에게 법원에 올 때 교회에 갈 때처럼 차림새를 하고 오도록 조언을 하곤 했었죠. 그런데 세월이 흐르며 교회에 가는 차림새는 훨씬 캐주얼하게 변했고, 법원에 가는 차림새 역시 너무 딱딱하지 않은 것이 부드러운 인상을 줄 수 있어 낫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 되었습니다.

특히 가정법을 다루는 법원은 기업의 사장들이 들어와서 자신이 주장하는 계약 내용의 타당성을 다투는 민사소송과는 성격이 아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집에 있는 최고로 좋은 정장을 차려입고 오시는 것이 그다지 적합하지 않겠지요. 많은 변호사들이 동의하는 가정법 소송 당사자들의 합당한 복장은 "가장 단정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줄 수 있는 차림새이되 변호사같이 차려입지 말라"는 것입니다.

가정법원에 나와서 자신이 서류상으로 드러나있는 것보다 더 보유 재산이 많거나 수입이 많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최고로 비싼 옷이나 가방이나 신발을 걸치고 나올 이유는 그만큼 없는 것이지요. "말보다 더 강력한 표현은 행동이다"라는 말이 있죠. 법원에서 판사에게 보내는 첫 행동 및 소통은 소송 당사자의 차림새 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이미 서면상으로 이 사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이겠구나 하는 이미지가 판사에게 있는데 불필요하게 오버해서 남루한 차림새로 법원에 들어가시는 것 역시 위험한 모험입니다. 월 생활비 지출이 만불씩 되는 사람이 다 헤진 가방을 들고 나타난다면 그만큼 그 사람의 신빙성은 의심받게 될테니까요.

이전 글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판사들은 자기가 얘기하는데 끼어드는 걸 질색팔색 합니다. 꼭 차례를 기다렸다가 판사가 증언을 시키거나 질문을 할 때 조리있고 일관되게 잘 말씀 하시고 상대편이 뒷목 잡고 넘어가게 거짓 증언을 한다고 해도 눈알 뒤집어까며 흥분하시는 행동은 절대 금물입니다. 차분히 메모지에 반박할 내용을 적어두셨다가 판사가 반론의 기회를 줬을때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면 됩니다. 상대편이 판사에게 답변을 하고있건 증언대에 올라가 증언을 하고 있건 상대편이 떠들 때 "거~~~~어짓말!!"이라고 추임새를 넣는 것도 판사들이 아주 싫어하는 행동이니 절대절대 하지 마시고요. 

법원은 30년, 40년 변호사 일을 한 베테랑 변호사들도 늘 긴장감을 갖고 들어가는 곳입니다. 당연히 귀 빠지고 법원이란 데를 이혼하면서 처음 가보는 소송 당사자들은 두렵고 떨리고 정신없을 수 밖에요. 본인만 그런 것이 아니고, 웬만한 경력의 판사들은 당사자들이 당연히 긴장할 것을 예상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시고요. 

벌써 4월 말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3.1운동/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MBC에서 만든 "백년만의 귀향 - 집으로"라는 특별기획 프로그램과 KBS에서 만든 "나의 독립 영웅"이라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누리는 많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 선조들의 피와 땀과 희생과 치열한 투쟁을 통해 얻어진 것인지 깨닫게 해주는 좋은 프로그램들입니다. 그리고 현재 내가 가진것이 얼마나 많고 감사한지 깨닫게 해주기도 하고요. 많은 분들이 시청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