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 소개했던 남편의 프로포즈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상하게도 바람이 많이 불었던 날씨와 유달리 많았던 사람들 덕에 원래 생각해놓았던 장소가 아닌 호텔 앞 해변으로 장소를 옮겼다.
난 기도하였다. 호텔 앞 해변은 가본 적이 없었기에 적당한 장소인지 몰라서 좋길 빌었고 날씨가 좋아지길 기도했다.
어정쩡한 시간에 도착했는데 문제는 목걸이를 어떻게 숨겨가는냐였다. 항상 내 옆에 있는 그녀를 속일 수가 없었다.
시간은 가고 해는 서서히 지고 초조해지는 내가 선택한 속임수는 화장실. 볼 일이 급하다고 대충 둘러대자 그녀는 노발대발하며 왜 진작 가지 않았냐, 혼자 있기 싫다 등등의 발언을 토해내었다.
결국, 포기... 오 하느님~~
그러나 내 초조한 눈빛을 보았는지 주님이 아니 그녀가 결국 기회를 주셨다. 화장실을 다녀오라는 그녀의 말에 얼른 차로 뛰어갔다. 셀카 찍느라 좀 늦게 왔는데도 의심을 안하더라. (싱싱: 남편이 워낙 장이 안좋음. 큰 볼일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기다렸음.)
그래서, 우린 벤치로 가서 해변을 보며 앉았다.
분위기는 잘 이끌어 가고 있었는데... 그놈의 청혼 문구를 결정 못한 것이 정말 실수였다. 이제 그녀를 사귄지도 3년이 되가고 그녈 안지는 10년도 넘었건만, 왜이리 부끄러운지...
첫 사랑 고백을 하듯 왜이리 마음이 조마조마 할까… 시간이 흐르고 긴장과 초조가 내 온몸을 미친듯이 흔들어될 때 심장 고동소리가 내 고막을 터트리려할 때..

난
결국 수줍게 목걸이를 건네며 “받았으니깐 결혼하는거다.”라는 어줍잖은 말로 나의 청혼을 마쳤다.
다행히 그녀는 '응'이라고 대답하였다. 하지만 내심 기대했던 감동의 눈물은 볼 수 없었다.

이리도 철두철미하던 우리 남편 머리 속에 지우개가 생겼다.

Macaroni grill 식당을Mozzarella Grill이라 하고, California Pizza Kitchen을 California Chicken Pizza라고 한다. 청소기 돌렸냐고 물어야 하는 것을 세탁기 돌렸냐고 하고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을 백지연의 “총맞은 것처럼”이라 한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테이블, 체중계,아이 장난감에 하루에도 몇번씩 부딪히며 아파 죽겠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 들어 부쩍 나를 “준아~!”(우리 아들 이름)하고 부른다.

지금도 그는 내 옆에서 “자기야, 내 양말 어딨어?”하며 바닥에 떨어진 젓가락을 찾고 있다.

오 하느님~~ 샤프하고 지적이던 우리 남편을 어떻게 하신 거예요??!!!

♡♡미시 메모♡♡

제가 기억하는한(이제 이 기억력조차 가물가물해서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느끼는 체감온도가 그렇습니다. )지난 16년동안 가장 추운 오렌지 카운티의 2월입니다. 나이가 든 탓도 있겠지요. 캘리포니아에 겨울이 없다고 누가 그랬습니까~~!! 얼마나 추운데요. 뼈가 시리게 춥다한다면 안 믿으시겠습니까?! 하하

오늘은 여러분들의 프로포즈를 추억하며 따뜻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진은 지난 1월 가족 여행 중 남편과 아들의 뒷모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