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없는 일들

밤중에 친구를 불러내어 추억을 안주 삼아 맥주 한잔 하고 싶다.

언제부턴가 밤 9시 넘으면 전화할 곳이 없다. ㅠㅠ

일어나고 싶을 때 잠에서 깨어 좋아하는 90년대 흘러간 가요를 크게

틀어놓고 룰루랄라 노래를 흥얼거리며 샤워하고 싶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엎드려 발바닥은 천장을 향해 올리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다가 잠들고 싶다.

남편과 침대에 누워 쥐포를 뜯어 먹으며 요즘 초등학생들이 즐겨본다는

"꽃보다 남자"를 밤새 보고 싶다.

예민해진 지친 피부를 격려해주고자 한 시간쯤 특별 마사지를 제공해주고 싶다.

밤에 세수하고 제대로 기초화장을 해본지가 언제였던가...

방 한구석에 앉아 한때 나에게 아주 소중했던 물건들을 꺼내 한껏 센티멘탈

해지고 싶다. 누군가에게 받은 편지들, 앨범 속에 빛바랜 사진들, 메모와 일기장...

기저귀 가방 대신 클러치를 들고 스키니진에 하이힐을 신고 혼자 쇼핑을 실컷

하고 싶다. 나만을 위해 구입한 물건이 담긴 두세개의 쇼핑백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우리라.

연락이 두절된 친구들을 몽땅 소집해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보고받고 싶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했다면, 친구를 닮은 아이가 생겼다면 오랜 공백을 책망하지 않겠다.

남편과 처음 연애를 시작한 고딩 커플처럼 하루 종일 손잡고 데이트를 하고 싶다.

차 안, 극장 안, 식당 안에서도... 잡은 손 놓기가 싫어서 화장실도 안갈테다.

한 2박 3일 계획을 짜서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아니 한 일주일쯤이 좋겠다.

돌돌이 가방을 끌고 공항 입구로 들어가는 기분이 얼마나 설레겠는가...

오로지 식사를 하기 위해 엘에이에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을 찾아가고 싶다. 

운전하고 왕복 2시간... 헉...

콘서트장에 가서 그 열기와 에너지에 흠뻑 빠지고 싶다. 이문세, 이승철, 이승환,

김건모, 서태지... 이들의 콘서트라면 노래도 신나게 따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직접 고른 고운빛 편지지에 번지지않고,

너무 굵게 써지지않는 펜으로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려서 나는 당장 하고 싶은 것을 못하면 배가 사르르 아파왔던 기억이 난다.

인내심없던 꼬마가 커서 아줌마가 되었으나 여전히 인내심이 부족하여 이런 글을 쓰고 있다.

결혼 전엔 마음만 먹으면 금방이라도 할 수 있었던 사소한 일들이 이젠 꿈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불행하냐고 물으면, 아니 그저 그리울 뿐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래서 그리운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아니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대답할 것이다.

매콤달콤 맛있는 양념통닭을 먹으면 모두 잊어버리고 바로 웃게될 것이란 걸 안다.

그렇다. 이 그리움과 외로움의 부피는 양념통닭과 견줄 수 있는 정도이기에 나는 오늘도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물론 양념통닭에 대한 욕구가 지나치게 큰 것일지도 모른다. ^^

♡♡미시 메모♡♡

한 때 그저 일상이였던 사소한 일들 중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