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량 주부이다.
굳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

이게 바로 나다.


1. 샤핑할 줄 모른다.
백화점으로 샤핑가면 쇼윈도우에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이나 신상품에만 눈이 간다. 세일코너를 뒤지는 일에 게으르고 옷 입어 보는 것도 귀찮아서 비싸면 차라리 그냥 구매를 포기해버린다. 그러니 샤핑 가서 제대로 옷을 건지는 법이 없다.

2. 먹는데 돈 안 아낀다.
누군가 말했다. "먹는데 쓰는 돈이 제일 아깝다... 어차피 배설되어 나올 음식 뭘 먹으면 어떠냐고 ... 왜 굳이 음식에 비싼 돈 들여야 하냐고..."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지만 그 당시에도 나는 여전히 맛있는 음식들을 상상하고 있었던 듯 하다. ㅋㅋ

3. 너무 긍정적인 것도 흠이다.
중학교 1학년때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지갑 안에는 2천원쯤 들어있었던 것 같은데 그 돈이 얼마나 아깝던지 밤에 잠이 잘 안왔다. 특히 시장에서 내가 직접 구입한 작은 배낭 모양의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속이 상해 며칠간 그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그 이후부터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끼는 물건을 분실했을 때나, 억울하게 바가지를 썼을 때 "괜찮아, 누군가 잘 쓰고 있겠지."하면서 내 돈이 아니였다고 생각한다.
돈이란 것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법... 그것때문에 속 끓이면서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4. 물건값 깍을 줄 모른다.
나는 마켓이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는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 가격표에 나와있는 가격대로 지불하면 그만이고 비싸면 사지 않으면 그만이니 차라리 속이 편하다.  가끔 야드세일이나 시장, 동대문 같은 곳에서 샤핑을 해야하면 참 마음이 괴롭다. 몇마디하면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정말 싸게 드리는 거예요."라고 말하면 더 이상의 흥정을 그만두고 그대로 믿고 사고 싶다. "에이~~~ 아까 갔던 저 집은 더 싸던데~~ 더 깍아봐용~~~"하면서 피곤한 흥정을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고 만다.

5. 빌려준 돈은 잊어버리고 빌린 돈은 못 잊어버린다.
어느날 단짝 친구가 미안한 표정으로 돈 천불을 내밀었다. 화들짝 놀라서 "이게 뭐야??!!!" 했더니만 나에게서 빌린 돈을 뒤늦게 갚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 빌린 돈에 일부를 갚고 잔금으로 천불이 남아있었는데 친구의 형편상 늦게 주게 되었다는데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가 잊어버렸다면 나도 평생 잊고 살았을 것이다. 단체로 선물을 구입할 때 대표로 돈을 내고 수금하지 못한 돈들이 얼마나 많은지 누가 얼마였는지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뿌려놓은 돈만 수금해도 한달은 먹고 살지 않을까 싶다.
 
6. 수상한 음식물을 무조건 버린다.
유통기간이 하루라도 지난 음식, 곰팡이로 추정되는 점이 보이는 음식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알뜰한 살림꾼들은 먹지 못하는 음식물도 어떻게 재활용이라도 해서 쓰던데 무식하면 할 수 없다고 "이상"하다는 것이 감지되는 순간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만다.

7. 손재주가 없다. 
벼룩시장에서 사온 싸구려 제품이나 낡은 제품들을 몇가지 도구 들고 두들기고 칠하고 해서 말끔한 새 물건으로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재주꾼들은 텔레비젼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였다. 요즘은 누구나 인터넷에서 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기에 헌가구도 말끔히 페인트로 칠해서 재활용하고, 커텐도 재봉틀로 두르르륵~~, 비즈로 악세사리도 직접 만들어 착용하던데... 난 돈도 없지만 손재주마저 없다. 꺅~~


♡♡미시 메모♡♡
살림꾼 주부 9단들이 부러워서 "남편, 나도 살림에만 전념할까?"하면 남편은 "아니야, 여자도 계속 일을 해야 발전적이지."하면서 은근히 돈을 벌어오라 합니다. 결혼 전엔 나보고 집에서 소설이나 쓰면서 살림과 육아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결혼 후엔 집에 남아 낙후되면 안된다며 열심히 일해 돈 벌어 오랍니다. 돈 많이 벌면 자기 좋은 차도 사달랍니다.  고마워해야 하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