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 나오는 이야기 한가지 먼저 할까요? 예전에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살았답니다. 그는 자신의 이상형의 여자를 조각해 놓고는 조각과 사랑에 빠졌지요. 그 사랑이 어찌나 애틋했던지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는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어주었답니다. 그래서 두사람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지요.

이 신화 속 인물 "피그말리온"의 이름을 따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등장하게 되었는데요, 선생님의 기대치가 어떻게 아이들을 변화시키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학자들이 해 온 수많은 실험 중 몇가지 예를 들자면...

학기초에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선생님들한테 정보를 줍니다. 한 그룹의 아이들은 "우등"한 학생들로, 또 한그룹의 아이들은 "열등"한 아이들이라 알려주는 거죠. 물론 아이들은 무작위로 그룹지어진 것으로 선생님들이 받은 정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일년 뒤, "우등" 그룹에 속했던 아이들은 성적이 많이 향상되었고, "열등" 그룹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더라는 것이죠.

또 한가지... 25명의 선생님들에게 "올해 당신의 아이들은 좋지 않은 가정 환경의 열등한 아이들입니다"라고 일러주고, 또 다른 25명의 선생님들에게는 "당신의 학생들은 좋은 가정의 우수한 아이들입니다" 하고 정보를 줍니다. 물론 이번에도 학생들은 성적과 관계없이 무작위로 그룹지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비슷하게도 전자의 학생들은 시험성적이 25% 떨어지고, 후자의 학생들은 50%나 향상되었다 합니다.

참, 무서운 이야기지요. 물론 이런 식의 실험은 1950년대 이전에 이루어진 것들로 이제는 교실에서 감히 엄두를 못낼 내용이죠. 비슷한 실험은 사람 뿐 아니라 말에게도, 심지어 쥐에게도 이루어졌는데요. 하버드의 한교수는 학생들에게 "천재 쥐"와 "바보 쥐"들을 나누어 주고 미로찾기 훈련을 시키게 했는데 "천재 쥐" 그룹이 놀라운 성과를 나타냈답니다. 물론 쥐는 모두 보통 쥐들이었고, 천재냐 바보냐는 쥐들을 훈련시킬 연구자들에게 사전정보로 알려준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것입니다.

왜 이렇게 사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가르치는 자의 기대치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심지어 쥐에게도...) 이야기 하자면 길고 길지만 한가지 논리를 설명해 본다면...

우선, 학생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선생님은 (다시 말해 학생이 똘똘해보일 경우,)

1. 말 이외의 표현 수단, 즉 미소, 고개 끄덕임, 눈길, 설명할 때 몸을 가까이 하기 등등 긍정적인 몸짓짓을 합니다. 

2. 칭찬을 자주하고, 설명을 할때도 좀더 자세하고 풍부한 반응을 보입니다.

3. 조금씩 더 가르치고자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4. 학생들의 대답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언어적, 비언어적 수단으로 학생들을 응원합니다.

                                                                                     (Rosenthal's Four-Factor theory)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학생들은 더 잘 배우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보다 성적이 향상되더라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저는 오늘 왜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할까요? 난데없는 기대치 이야기를...

요즘 네살반짜리 저희 아들과 매일 씨름을 합니다. 한국서 걸려오는 친구들 이야기에 불안하기도 하고("응~ 우리 애는 만 세돌이 지났는데 암것도 안해서 큰 일이야. 에이, 책은 읽지... 허걱 ^^;;), 아들녀석이랑 플레이데잇을 하는 인도 아이들이 책을 줄줄 읽으며 (해리포터를 읽는답니다. ^^;;) 저희 애를 모자란 애 취급을 하는지라 귀가 얇다 못해 팔랑 거리는 이 엄마는 요즘 좀 모진 소리를 많이 했더랍니다. 위에 열거한 이야기 모르는 것도 아니고 다 아는 엄마가 자기 자식 가르치며 차마 못할 소리를...

학교서 만나는 선생님의 기대치도 이렇게 영향을 미치는데, 하루 종일 얼굴보는 엄마의 기대치는 얼마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가져올지... 반성합니다. 눈짓, 몸짓, 억양 하나도 그리 중요하다는데...

방학을 맞아  혹시 저처럼 아이와 힘든 시간 보내시는 분 계시면 박카스 한병 드시고 쉬어 가시는 셈 치시라고 글 정리해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