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주셨던 분은 아이가 1학년이고, 미국에서 태어난 경우였습니다. 킨더에서 2년간 ESOL을 했고, 잘 따라가는듯한데 학교에서 reading specialist를 두려고 하니 한번 해보려느냐고 letter를 받으셨더랬습니다. 너무 속상하시고 또 아이 기죽일까 염려하고 계셨습니다. 보통 장문의 쪽지들을 주시지만 어디까지나 한정된 내용이다보니 제가 드릴수 있는 답변은 원론적인 것에 그칠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께 혹시 도움이 되실까 싶어 글 올려봅니다.

답변 ------------------------------------------------------------------------------------

걱정이 많으실텐데 답장이 너무 늦었네요. 이미 결정을 하셨는지도 모르겠구요.

저도 아이가 프리스쿨다니는데 아직 학교에서 입을 떼지 않아 이런저런 궁리 중이거든요. 워낙 소심한 성격이고 해서요.

우선 ESOL 이나 specialist 같은 경우, 많은 어머님들이 너무 부정적으로 보시는데... 제대로 진행만된다면 충분한 기간 받는것 자체가 나쁘진 않습니다. 오히려 저학년에서 탄탄하게 기초를 잡아놓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때는 더 중요하구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따라잡기 힘드니까요. 또 한가지는 아이가 ESOL (또는 다른 프로그램) 안에 있으면 일종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시험을 따로 본다든지 평가기준을 조절해준다든지 하기도 하니까요.

많은 이민가정의 어머님들이 여기서 낳고 자란 아이가 ESOL 에서 Exit을 못하고 있을때 많이들 속상해하십니다. 한국에서 막 온 아이들이 일이년만에 Exit을 하는 걸 보면 항의를 하시기도 하죠. 하지만 전의 칼럼 내용에서도 말씀드렸듯 놀이터 영어(놀때 필요한 영어)와 학교 영어(학습에 필요한 영어)는 완전히 다른 언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디가더라도 탄탄하게 갈 수 있게 응원해주시고 조금 여유를 가지시면 좋을 듯합니다. 가능하시면 인텐시브하게 튜터같은 걸 붙이셔도 좋구요.

아이가 기죽을까봐 염려하신 것은... 저에게도 큰 숙제이긴 합니다만... 일단 현실을 인정하고 (우리가 미국사람이 아닌점) 아이가 가진 소중한 장점들을 발견해주는게 엄마들 몫이 아닌가 합니다. 영어는 학교 생활의 중요한 일부이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시고 그것때문에 다른 중요한 것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격려해주세요. 제가 권해드리고 싶은 건 수학이나 과학이나 혹은 체육, 악기 등 아이의 특기를 하나 개발하셔서 많이 칭찬해주시고 뽐낼수 있는 기회를 주시라는 겁니다. 예전에 성공한 어떤 1.5세의 이야기를 들으니 자기는 공기놀이 실력으로 아이들을 제압했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의 내면에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면 지금 조금 늦는다해서 크게 기죽지는 않을겁니다.

너무 원론적인 얘기를 해서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지만 마음 편히하시고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세요. 또 소식주세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