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해오신 분은 아이가 3학년이 되면서 reading comprehension에 부족함이 있다 지적을 받은 경우입니다. 이전에도 reading의 위기가 3,4 학년에 온다는 이야기 드렸던 적이 있었는데.... 제가 마침 요즘 이쪽에 연구(라기엔 좀 뭐하고 ^^) 비슷한걸 하는지라 좀 자세히 적어볼까 합니다. 극복방법에 도움이 되실겁니다.

우선, "4th grade slump"란 오래전 한 저명한 학자에 의해 발표가 된 이후로 많은 연구가 되어져왔습니다. 1,2 학년에 파닉스 중심의 소리내어 읽기를 할때는 잘따라가다가 3,4 학년이 되어 이해중심으로 교과과정이 옮겨가면서 갑자기 쳐지는 아이들이 눈에 띠게 증가하는 일종의 현상입니다. 말하자면 1,2 학년에는 읽기를 배우다가 (learning to read), 3,4 학년이 되면 책을 읽음으로써 지식을 "공부" 하는 (reading to learn)의 단계로 발전이 되는데, 그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입니다. 1,2 학년에 책을 많이, 또 잘 읽는 듯 보였으나 소리내어 읽기, 또는 말그대로의 "읽기"에만 주력한 아이들이 실제 책을 통해 정보를 이해하고 얻고, 유추해내는데 힘들어하는 것이죠. 일단 좀더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세울테니 그간 학자들의 연구에서 밝혀진 것 중 우리 아이들의 상황에 맞는 것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첫째, 단어력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단어란 절대로 절대로 단어장을 보고 외우는 그 단어가 아닙니다. 주의! 주의! 주의! 제가 이전의 글에서도 academic 한 영어와 일상의 영어는 많은 차이가 난다 말씀드린적이 있었습니다. academic English 란 교과과정에 필요한 단어, 표현, 논리등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아이가 집에서, 다시말해 부모와의 일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쌓아 그 기본을 이루는 것이랍니다. 따라서 중산층의 고등교육을 받은 미국의 부모들에게서 자란 아이들과 이민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미국교육에서 차이를 보이는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죠.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저희 4살짜리 꼬마가 학교에서 주워들었는지 책 속의 지구그림을 보면서 "엄마,  Earth가 여기(태양)을 돌아."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그럼, 전 "그래,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아 공전을 하는구나, 그럼 일년이 지나서 애들은 한살씩 더 먹겠다."라고 대답해줍니다. 하지만 좀 배운 미국부모였다면 지구가 태양을 "orbit"한다는 표현을 썼겠죠. 여기서 우리 아이는 이미 한단어를 놓치는 겁니다. 만약 제 아이가 여기서 학교를 계속다닌다면 앞으로 읽어갈 책에는 "orbit"이라는 말이 나올거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그 단어를 보고 바로 연결시키지는 못할테니까요. 이렇게 실비에 옷자락 젖어가듯 (넘 낭만적인 표현이당~) 사소한 한마디 한마디가 쌓여 차이를 이루게 되는거죠. 부모님이나 형제들이 집에서 영어를 쓴다해도 학년이 올라가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학교공부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것이 이러한 이유때문이기도 하죠.

둘째는 배경지식의 문제입니다. 이전의 글에서도 말씀드렸듯,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언뜻 보면 글자를 읽어 새로운 지식을 얻는것이지만 사실은 자기 속에 있는 모든 배경지식을 총동원하는 과정이죠. 그래서 과학자는 과학잡지 읽을땐 편해도 교육학 저널을 읽고는 무슨 소린지 금방 와닿지 않는 것이고, 우리가 신문보면서 쿠폰은 금방금방 잘 오려도 1면의 이라크 기사는 절대 눈에 안들어오는거랑 같은거죠. ^^

대책...원인을 말씀드렸으니 대책도 뾰족해야할텐데...

책을 많이 읽어주세요...는 더 이상 위로가 안되시죠? ^^ 첫째원인과 둘째원인을 모두 해결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어려서부터 non-fiction책들을 접하게 해주시는 겁니다. 과학, 수학 등에 관련한 책이죠. scholastic book club에서 사실수는 있는 10페이지짜리 과학책부터 시작하셔도 좋겠죠. 이런 non-fiction을 읽으면

1. 배경지식을 영어로 접할 수 있고,

2. 쉬운책이라하여 일상언어만으로 된 story book만을 많이 접하게하는 학교교육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고,

3. 아이의 일상과 쉽게 연결지을수 있으니 재미를 붙이기에도 좋죠. 거미책읽을때 거미한마리 잡아다 놓고 하심 좋겠죠. ^^

일단 이곳이 초등영어 코너이니 더 고학년의 이야기는 피했습니다만 이 academic language의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해 많은 학자들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서 뒤쳐지기 시작하는 이유로 역시 이 부분을 꼽았습니다. 우리가 집에서는 미분, 적분 이야기는 절대 안하는 것 같지만 그 단어를 한번이라도 들어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일단 새 단어에 부딪혔을때 심리적으로 다른 출발선상에 서게 된다는 것이죠. 새로운 지식을 완전히 새로운 단어와 표현으로 접하는 아이들이 쉽게 좌절을 하고 손을 놓게 된다는 것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암튼, 당부드리고 싶은것은 다양한 과학분야의 책을 아이 수준에 맞는 것으로 고르시어 꾸준히 읽어갈수 있도록 도와주시라는 겁니다. 이렇게만 쓰면 될걸 괜히 길게 썼나요? ^^ 그럼 화이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