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로 올리면 댓글을 다실 수 없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글을 이 곳으로 옮깁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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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자신의 영어가 충분하다 느끼는 어머님들은 안계실 겁니다. 내 부족한 영어가 아이들 공부가르치는데 걸림돌이 될까봐 늘 미안해하는 분들도 많이 봤구요. 그런 분들께 지혜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이름은 가명입니다) 지혜 부모님들은 전혀 영어를 못하십니다. 두분모두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셔야는 직업이라 튜터같은 건 생각도 생각도 못하시죠. 지혜는 미국에 온지 3년째, 지금 1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첨엔 수줍에 입도 못떼던 아이가 이제 곧 ESOL class 를 마치려 합니다. 불과 1년만에 ESOL에 오지 않아도 된다 이야기 듣는건 참 이례적인 경우죠. 제가 본 지혜의 성공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또래에 비해 우리말을 잘합니다. 말뿐 아니라 읽고 쓰는 것도 잘합니다. 우리말의 중요성은 제가 첨글에서도 이미 말씀드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혜어머니는 피곤하신데도 저녁마다 도서관에서 빌린 우리말 동화책을 열심히 읽어주십니다.
2. 수업태도가 아주 바릅니다. 이곳 학교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자유분방해지고 수시로 손을 들고 나서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곳 선생님이 크게 평가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 학생들의 바른 수업태도 입니다. 지혜도 바른 수업태도 덕분에 선생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높은 기대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역시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선생님들의 기대치는 아이들에게 무시못할 영향을 줍니다.
3. 부모님들의 신뢰가 대단합니다. 첫눈에도 지혜는 부모님의 믿음직할 딸이었고 "우리 지혜는 참 착한 딸이예요" 하시는 어머님의 말 속에서 미안함과 고마움이 가득있었습니다.
4. 논리력이 상당했습니다. 우리말 능력을 통해 길러진 것으로 보였는데 이야기를 전개하고 추측해내는 실력이 탁월했습니다. 사물을 자세히 보고 그 안에서 실마리를 찾아내는 찬찬함도 가지고 있었구요.

또 한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영어를 잘한다"의 허상입니다. 영어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흔히 놀이터 영어라고 하는 것과 학교 영어라고 하는 것입니다. 프리스쿨이나 킨더에서 아이들 기를 살려주시겠다 집에서 영어를 쓰시는 분들이 가끔계십니다. 물론 기본적인 영어를 미리 익힌후 공동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 어머님이 해주실수 있는 영어는 어차피 놀이터 영어로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때문에 여기서 나고 자라 영어를 잘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도 ESOL에 배정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아빠가 미국인인데도 ESOL에 오는 아이도 있습니다. 옆집 아이 엄마랑 영어한다고 전혀 걱정하실 필요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말과 문화를 아끼고 존중하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아이는 더 큰것을 배울 겁니다. 아무리 미국사람이 되고 싶어도 거울을 보면 그게 아닌 걸 아이가 크고나서 자기 정체성을 잃고 방황한다면 그때가서 어떻하시겠습니까?

단, 집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는 영어의 공급을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우리 아이들이 할일은 죽어도 reading, reading, reading 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끊임없이 공급해주시는 것은 분명히 어머니들의 몫이 될겁니다. 여기에 형편이 되시면 원어민 튜터를 써주시면 더할나위 없을 겁니다.

이제 정말 영어 못한다 기죽지 마시고 미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