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아나 바람이 불어 옆집과의 담장이 심:하:게: 무너졌다.
같은 집에서 산 지 내년이면 벌써 20년이 되고보니
잦은 바람에 소소하게 무너진 것만도 벌써 몇 번.
무너질 때마다 남편이 수리해서 세워놓고, 세워놓고를 반복했는데
이번에는...담장의 3분의 1이 그대로 꼬꾸라졌으니
정녕 교체해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
눈치를 보니 남편도 이젠 더이상 핸디맨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고....^^
옆집에 사는 미국 아저씨가 집에 방문해 담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은 견적을 뽑아보자고 했는데
헉...8000불이 나왔단다.
몇 군데 더 견적을 뽑아본다고 했지만..
이제..돈 들어갈 일만 남았다.
대신 몇 년을 끄덕없이 버틸 수 있는 단단한 담장이 생기겠지?
산타아나 강풍으로 1시간 거리, 한국인이 많이 산다는 도시 근처의 산에선 큰 불이 났다.
이틀 동안 강풍이 불어 진화율이 지지부진하다가
바람이 잦아들고 나니 확실히 진화율이 좋아진다.
대피명령이 떨어져 지인들 중에도 호텔로 대피한 사람, 친척집으로 간 사람..
망연자실하게 하루를 보냈을 테다.
다행히 대피 명령이 해제되어 지금은 다들 집으로 돌아갔지만
불로, 바람으로,연기로, 냄새로 주변이 온통 어수선한 일주일이었다.
딸아이가 사는 곳도 산불이 심심찮게 발생하는 곳이다.
몇 달 지내다보니 지금은 으레 그러려니 하게 된단다.
자연재해가 하도 많다보니 모르는 사이 그것들에 익숙해지고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단다.
코비드19이 지속되면서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랄까?
제2의 확산이 걱정되면서도
사람들은 확실히 이렇게 지내는 삶이 피곤해졌고, 지치고, 답답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
하긴 나만 해도 7개월을 꼬박 집에서 지내고 있자니
이전의 삶을 다 잊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염색을 안 한 지 8개월이 되어 이제는 허연 백발이 제법 내 머리인 양 느껴지고,
화장을 안 한 지도 8개월이다.
몇 달 만에 나를 본 사람은
내가 그 사람인지..아니면 다른 사람인지...헷갈릴 게 분명하다.
충분히 그럴만큼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러기엔 아직 코비드19의 끝이 멀었다.
벌써부터 지치고 답답하고 피곤하다고
그 피로감에 그냥 막 해버리기엔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것.
어쩌면 우리 생애 가장 암울한 시간이 2020년과 2021년이 되지는 않을까...
원래 동이 트기 시작하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지금은 그러니까...동 트기 바로 직전...가장 어두운 그 시기인 것.
그렇게 생각하면 답답함을 참아내기가 쉬워진다.
두 눈을 질끔 감고 견뎌내야 한다.
작년에만 해도 할 것이 많을 것 같았던 2020년 10월이 저물어간다.
전염병에 자연재해에 어둡고 암울한 시기..
매일 하루를 살아내는 것 같지만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고 끝은 하루 더 가까웠다.
2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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