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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굴러가는 아이들

자존감이 높아진거야? 김복희 (bokkp) 2020-11-21  14:55:38
4월부터 재택 근무를 시작한 아들램은
7개월째 혼자 재택 근무를 해내고 있다.
회사 사람들 중 얼마는 비싼 렌트비 아낀다고
아파트 방을 빼고 부모집으로 들어가 근무를 한다길래
혹시 아들램도 그럴 생각이 있는지 넌지시 의향을 물어보니,
 '잠시 잠깐 그럴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혼자 지내겠노라 했다.

자식들과 함께 사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제는 남편과 단 둘이 사는게 너무 익숙하고 편한지라
내심 '들어온다고 하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쿨하게 혼자 살겠다고 하니 오히려 내가 다 고맙다.
돈을 절약하는 것보다 서로의 자유를 택한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더 유익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요리하는 것도 즐겨서 얼마 전엔 오이김치를 해서 먹었다고 하고,
좋아하는 알탕은 기본, 심심찮게 생선도 구워 먹는 것 같다.
요즘은 틈틈히 cirtificate을 주는공부를 한다길래..
혼자서 시간을 잘 유용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아들램은 곰살맞은 성격은 아니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안부 전화를 해준다.
집에서 일이 끝나자마자 하는 전화니 보통은 오후 5시 쯤이 되겠다.
그런데 지난 수요일엔 뜬금없이 저녁 8시 반 쯤 전화가 왔다.

늘 하던 시간이 아니라 전화를 받으면서 '혹시 무슨 일 있나?'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목소리는 밝았고
안부 전화를 조금 늦게 했을 뿐이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가고 난 뒤
아들램이 말했다.

"제가 지난번에 cirtificate 준비한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잘 되고 있니?"
"오늘 시험봤어요. 방금 막 끝나고 전화드리는거에요"

오호~
늦은 시간 전화는 합격 통보를 알리는 전화렷다!

"잘봤어?"
"아니오, 떨어졌어요."

아들램 스타일을 익히 아는 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시험 날짜도 얘기한 적이 없는, 게다가 떨어진 시험을 굳이 전화해서 떨어졌다고 밝힐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라 말할까 잠시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말을 해주고 싶었다.

"다음주에 다시 스케줄 잡았어요. 그땐 붙을거에요."
" 그럼그럼, 엄만 다른 것보다도 혼자 살면서 우리 아들의 자존감이 많이 높아진 거 같아 좋네.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가 어떻든 그 결과에 승복하고 다음 기회를 보는거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이 진정으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하는 행동이거든."
"그래요?"
"고마워, 아들"

아들램은 일주일 후 다시 시험을 쳤고 이번엔 붙었다는 연락이 왔다.

우연히
이효리가 자존감을 높이는데 남편 이상순의 공이 컸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이상순이 나무로 의자를 만들고 눈에 띄지않는 의자 다리까지 열심히 사포질을 하더란다.

상순에게 효리 왈,

"남들이 보지도 않는 다리를 뭐하러 그리 열심히 사포질해?"

상순이 대답했다.

"내가 보잖아."

진정 게임 끝이다.

때론 우리 아이들이 잘 되라고 했던 부모의 극성이 아이의 자존감을 추락시킨다.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나타나는 결과를 더 중요시해서 편법을 동원하게 하기도 하고,
SNS에서 보여지는 다른 사람의 화려함, 멋짐, 여유, 성공 같은 이미지 때문에 자신을 보잘 것 없는 인간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자존감은 지나친 간섭이 아니라 설사 실패하거나 실수하더라도 혼자서 해낼 수 있도록, 묵묵히 바라봐줄 때 자라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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