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5년 여간 요양병원에 계시던 시어머니가
오늘 새벽 돌아가셨다.

며칠 전 갑자기 위독해지셨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비행기 타고 찾아 뵐 엄두도 못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병원에 가서 어머니 모습을 뵐 수 조차 없고
그저 집에서 병원에서 전해주는 소식에만 매달렸단다.

위독해지고,
호흡이 끊어졌다 되살아났다를 반복하시더니
다시 호흡은 정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혼수 상태라는 연락을 받은게 불과 엊그제다.

일단 위독해지고 바로 돌아가신게 아니어서 가족들은 코로나 사태에 발생할 수 있는 어머니의  죽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살아서 총기가 있으셨을 때나,
치매로 자신을 잃어버리고서도
어머니는 그렇게 자식들을 배려해주셨다.

되돌아 생각하니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때부터 돌아가시기 까지,
미국 사는 작은 아들이 비행기 타고 당신을 만나러 갈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기를 쓰고 기다리신게 아닌가 싶어졌다.
아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고,
내게도 더할 나위 없이 잘해주셨다.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았다면..
남들처럼 고부간의 갈등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어머니는 늘 우리에게 너그러웠다.

병원에서 돌아가시기 직전의 어머니 모습을 보내왔지만
애써 보지 않았다.
내가 알던 우리 어머니 모습이 아닐뿐더러
하필 이런 때 돌아가시는 당신 모습이
너무 외롭고 불쌍해서 보고싶지 않았다.
대신 총기 한창이시던, 조금은 깐깐해보이던 옛날 사진을 찾아냈다.

아이들에게 할머니의 죽음을 알리며,
옛날 함께 찍은 사진을 첨부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이제 할머니는 편히 쉬실거야.
우리 비록 장례식에 가보지는 못하지만
오늘은 할머니를 추억하자.'

사진들을 뒤적이며 당신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추억한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밝게 웃고 계시는 어머니 사진을 보내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