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언젠가부터 결혼반지를 끼지 않고 지내기 시작했다.

살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손가락도 굵어져,
삐쩍 마를 때 장만한 결혼 반지가 답답하더란다.
잘 때만 빼놓고 하던게 한 두번 잊어버리고 끼지 않다가 급기야 한국 방문 때 잃어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새로 사주마 했지만 안 끼니 편하다며 극구 마다해, 대놓고 반지 안 낀 손으로 다니길 몇 년 째다.

악세사리란게 그렇다.
안 해 버릇하다가 어쩌다 한번 해볼라치면 어찌나 거슬리고 답답한지.
아마도 남편에게 반지도 그랬을 테다.

그러다가 이번 6월에 30주년 결혼기념일이 되었다.
서로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면 좋겠다 싶어 찾아보다가 anniversary band를 나눠 끼자고 했다.
마침 남편도 반지 없이 지낸지 몇 년 됐고, 나도 주구장창 끼고 다니던 금반지가 물리기도 해서 두 사람 다 만족할만한 선택이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반지를 끼고 일터에 갔더니 눈썰미가 좋은 콜롬비아인 직장동료가 남편에게 묻더란다.

"오..못 보던 반지?"

"30주년 결혼기념일 반지다."

"헉, 30주년? 온리 원? 그 시간이면 우리 나라에서는 다섯 번도 가능하다."

내 주변엔 30주년은 기본이고 40주년, 50주년 결혼기념일 맞는 분들이 허다한데, 오랜 기간 한 사람과의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그 사람에게는 눈이 똥그래질 일이긴 했던 모양이다.

예전에 비해 이혼이 쉬워졌고,
꼭 이혼이 아니더라도 졸혼도 유행한다고 들었다.
인생에 한 사람을 만나 그 사람에게 충성스러운 사랑을 나타내겠노라는 결혼 서약의 내용은 그닥 변한게 없지만,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바뀐게 분명하다.

사실 부부들의 이야기는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니 각자의 선택이 현명하길 바랄 뿐이지만, 그렇기에 첫 단추가 중요함도 인식하게 된다.

다만, 분명한건..
내 생애,  단 한 사람.
그 사람에게 끝까지 충성스러운 사랑을 나타내고, 그 사랑을 지켜갈 수 있다는 것은 혼자 만의 힘이 아니라 서로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잡초를 뽑아주고 물을 주는 정원사의 노력만이 아니라 햇빛과 비의 큰 역할도 있는 것을 생각할 때 남편과 아내는 각자의 자리에서 힘껏, 노력할 일이다.

남편과 함께 할 40주년, 50주년도 기대한다.
지금보다 훨씬 더 끈끈하고 서로에게 고착하는 부부가 되어있겠다고,  30주년을 맞은 아내는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