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직장 상사에게는,
동료들에게는,
거래처 사람에게는,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사회 생활을 할 때에는,

좋은 사람으로,
매너 있는 사람으로,
예의 바른 사람으로,
밝은 사람으로,
친절한 사람으로,
이해심 많은 사람으로 보이던 사람도

매우 가까운 사람에게만
나도 모르게 비집고 나오는 짜증이 있다.

특히 세상 가장 편한 엄마,
어딘지 자꾸만 대화가 답답한 아빠,
나의 감정의 가장 밑바닥을 아는 내 연인,
철없던 시절의 모습을 공유하고 있는 친한 친구,

그들에게는 편안함이 있다.
아니 무의식 중에 내가 그들을 편하게 여기는 무례함이 있다.

이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나를 이해해줄 것이라는,
그래서 왠지 그들에게는 조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막연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생각, 잘못된 표현 방식이다.
그들은 나의 분풀이의 대상이 아니다.
가까운 사람들을 향한 그 믿음의 자리에는
언제나 고마움이 자리해야지
결코 짜증이 들어와서는 안된다.

한번쯤 나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
어쩌면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비치는 그 모습이
나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 -- -태희, 존재만으로 빛나는 중에서- -- -

요즘엔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에게 반말을 하는 것 같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깍듯하게 존대말하는 아이를 거의 보지 못했다.
오히려 존대말을 사용하는 아이들을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될 정도로
그것이 새삼스러운 시대가 되었다.

나도 우리 엄마에게 반말을 한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엄마는 편한 존재였고, 내 모든 투정의 종착지였다.
이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나를 이해해줄 것이라는,
그래서 왠지 그들에게는 조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막연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인용글 중에서)

그러면서도 정작 내 아이들은 존대말을 사용하도록 교육했다.
내 엄마에게는 반말하면서
내 아이들에는 존중받고 싶은 심리가 깔린 것일 수도 있지만,
부모를 그저 마냥 편한 사람으로만 느끼게 하면 생길 수 있는 무례함을
어느정도 희석하는데는 성공했다.
일단 서로 짜증을 내는 일은 없으니까.

그래도 가끔씩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내가 엄마한테 친구같은 느낌이라면,
내 아이들은 나에게 어른을 대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냥 반말을 하도록 가르칠 걸 그랬나..싶다가도...

반말을 하는 딸아이와 대판 싸웠다는 동네 미씨의 넋두리,
"내가 지랑 친구도 아닌데 나한테 막 대들고..나를 하나도 존중하지 않은 것 같아 서럽더라구요." 라는 말을 듣고는.

맞다.
나는 엄마고
지는 자식이다..
존대말을 하도록 잘 가르쳤다..싶어지기도 한다.

하긴
반말을 하면서도 존중심이 없는건 아니고
존대말을 하면서도  거리감이 있는 것도 아니니
각자 자기 방식대로 교육하면 될 일이다.

다만 어떻게 말하든 '존중심' 을 빠뜨리지 않아야겠다.
편하다는 것이 무례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