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센 사람,
직급이 높은 사람,
똑똑한 사람,
돈이 많은 사람,

강하다는 말에는 여러 차이가 있겠지만,
시간이 흘러서도
특별한 조건의 변화에 관계없이
모두가 강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일상이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아무리 힘들어도,
고난이 닥쳐도,
일어나 기지개를 펴고,
밥을 먹고,
해를 쬐고,
사랑하는 이와 대화를 하고,
내 할 일을 하며
일상을 놓치지 않는 것.

그들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들이다.

지극히 당연해보이는 이 행동이
실은 얼마나 어렵고 치열한 일인지는
삶을 오래 살아갈수록 알게 된다.

진정한 강함은
나의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다.
우리는 이를 삶에 대한 책임이라 말한다.

- -- -태희 에세이 '마음의 결' 중에서- -- -

오더했던 스트레칭 밴드가 도착했다.
생각보다 짱짱하다.
잡아당기면 죽~늘어지는 스타킹 정도의 텐션을 원했는데
힘을 줘도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몇 번 손에 쥐고 스트레칭 하다가 힘들어 도로 제자리에 놓아두고 말았다.

어느 날 이른 아침.
아침 운동을 나가려고 문을 나섰는데 바람이 거세다.
이러다가 감기 들지 싶어 나가는건 포기하고
밴드 스트레칭으로 아침 운동을 대신하기로 한다.

남편한테 밴드 하나.
나도 하나.

짱짱한 밴드 하나씩 양손에 쥐고
알고있는 갖가지 스트레칭 동작을 한다.
하나 둘, 하나 둘.
위로 아래로, 앞으로 뒤로, 옆으로 돌리고, 올리고 내리고..

아직 풀리지도 않은 몸, 뻣뻣한 몸에 텐션 좋은 밴드 스트레칭을 한 탓일까?
남편과 나는 동시에 어깨 통증을 앓기 시작했다.
목 옆으로 이어지는 어깨통증이 아니라
어깨와 팔이 연결된 부분에서 느껴지는 통증.

그 통증 덕택에 펜데믹 기간 중에도 꾸준히 이어졌던 일상이 무너졌다.
아침에 나가던 운동도,
일주일에 세번, 30분씩 꼬박 하던 스트레칭도 잠시 멈춤!

그리고 다른 곳이 다 멀쩡해도 어느 한 부위, 꼭 어깨가 아니라도
우리 지체 중 어느 곳 하나가 아픈 것이
일상에 얼마나 큰 지장을 주는 지를 알게 되었다.

그때 발견한 글이 인용글이다.
일상을 살아낸다는 것이 그저 아무런 일이 아님을.
고통속에서 그렇게 한다는 건 더 어려운 일임을.
그럼에도 내 삶에 책임을 지고 일상을 살아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 결심했어!
아직 어깨 통증은 남아있지만,
아프다고 일상을 반납하진 않겠다.
손 쓰는 스트레칭은 못해도
이 기회에 누워서 발로 하는 운동으로
올챙이처럼 툭 튀어나온 아랫배를 집중 공략 해야겠다.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가더라도 하던대로 하루를 살자.
그렇게 아무 일 없을 때는 평범해보였지만
사실은 특별했던 그 일상들을 살아가자.

어깨 통증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남편과 장을 보러간다.
주부 일상은 그렇게 장보기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