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을 정리할 때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물건들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어요.
어떤 고인은 어렵게 번 돈은 모두 저축하고
고추장과 김치만으로 끼니를 떼우다
돌연사했고
결국 자신은 아무것도 누리지 못했어요.
내가 없으면 결국 버려집니다.
지금 아니면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이를 알고 건강한 몸으로
살아있을 때 아끼지말고
충분히 사용하세요.
유품 정리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이 있다면
가진 물건은 잘 사용하고
필요없는 건 과감히 버리자는 거예요.
언젠가 쓸 데가 있을 것 같아서
몇 번 사용하지 않은 새 것이라서
비싸게 산 물건이라서
....
필요하지도 않은데 끼고 사는 물건들은
삶을 복잡하게 만들 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나를 위해
가진 것들을 너무 아끼지 마세요.

-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재구성, 유품 관리사_김새별- - - -

10여 년을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 한국으로 역이민을 결정했다.
자식들이 다 한국에 가서 자리를 잡은데다
딸이 손녀를 낳게 되어 그리움에, 보고픔에
집 팔고, 차 팔고 고국 비행기표도 편도로 끊었다.

물건에 많은 욕심이 없던 동생이라선지
아무리 귀국 이사라 해도 갖고 갈 이삿짐이
그리 많지 않았다.
꼭 챙겨가야 할 것들과 옷가지 조금 해서 7박스 정도.
미리 택배로 부치고,
가재도구들이며 기타 남은 것들은
집 산 사람에게 얹어주는 선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언니 필요한거 가져가라 했지만,
내가 가져온건, 쓰레기 봉투와 랩 정도가 다였다.
쓰고 없어지는 것 외에
더 이상 물건을 들이기가 싫은 까닭이다.

언젠가부터
가끔 상상해보는 버릇이 생겼다.

만약..갑작스런 재난이 닥치면
내가 이집에서 갖고 갈 물건들은 뭘까?

아무리 둘러보고 둘러봐도
착실하게 챙겨놓은 재난가방이 전부다.

그런 생각을 하고부터는
내가 이고 지고 사는 물건들에게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되지 않았다.
이미 사놓은 것들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더 이상 새 것들을 들이지 않게 되었다.

특별히 살림살이에 대한 자랑이 주종목도 아니고,
오히려 너무 많이 가지려, 지니려 하지는 않았나 부끄러워질 때도 있었다.

대신...
언젠가, 누군가가 내게 선물해 아껴두었던 물건들이랑
당장은 필요없어도 세일한다고 사다놓고 쟁여놓은 물건들을
누구에게 나눠줄까 고민해본다.
나보다 더 잘 사용해줄 사람..어디 없을까?

얼마 전에는
한참 종이접기에 빠져있었을 때 잔뜩 사두었던
색종이랑 종이접기 책들을 챙겨서
손자녀를 둔 지인에게 선물을 했다.
우리 애들이 애를 낳으면 종이접기를 해야지..하며
챙겨두었는데...
그런 날이 언제 올련지 기약할 수 없는데다
그땐 더 멋진 색종이가 나와있을지도 모르니까.

치매 걸린 노모를 돌보느라 꼼짝 못하는 언니에겐
그래도 감사할 거리를 찾아보라며
언젠가 사둔 일기장과 선물 받아
챙겨둔 핸드크림을 선물했다.
결국 내가 사고 내가 받았던 물건이지만
쟁여두지않고 다시 선물함으로 제 빛을 찾는다.
더 쓰여질 곳으로,
더 잘 써줄 사람에게로..

비움으로써 비로소 채워지는 충족감이 있다.
거기에 공간의 여유는 덤!

쓸 수 있는 것들은 쓰고,
줄 것들은 주자.
훨씬 건강한 삶이 선물처럼 내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