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
내 가족들과 남편의 가족들이 함께 모였던 것처럼
딸아이 시댁 가족들을 정식으로 만나는,
일명 '상견례'라는 걸 하게 됐다.

당시 내 심정은,
마치 살엄음판을 걷는 듯, 무척이나 조마조마 했었는데,
일단 너무 어려서 뭘 몰랐고
시댁 식구들은 그 자체만으로 어려웠기에
그런 격식있는 만남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였으리라.

이번에 딸아이의 시댁 식구들을 만나는 자리도 내 입장에서는
마냥 기대되고 신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문화가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두 집안의 만남이기 때문에 더했으리라.
두 사람만 잘 살면 뭐가 문제인가 싶지만
기왕이면 양가 가족들 모두에게도 기쁨이 되는 결혼이면 좋겠기에 더 가슴 졸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애들을 통해 선물을 주고받기는 했지만
정식으로 만나 식사하는건 처음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서로의 가족들 모두,
격식 차리는거 싫어하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
무사히, 편안하게 상견례를 마칠 수 있었다.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덕분에
그저 교양있게 웃으며  적당히 맞장구 쳐주면 되니 오히려 편했다고나 할까?
100퍼센트 말이 안 통하는 사돈을 가진 것의 잇점이 이런거구나 싶은 대목이었다.

결혼식과 관련된 일들은
모두 아이들이 알아서 하는 거라
상견례 자리는 딱히 의견을 조율할 것도 없어
시종일관 화기애애 했다.

그런데 무사히 상견례를 마치고 며칠이 지나지않아
입술이 위아래로 부르트기 시작했다.

상견례가 적잖은 부담이었던게 속으로만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셈이다.
그렇게 입술이 부르튼 체로 2023년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2주간의 연말 휴가를 끝내고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연말에 북적이던 집안이
새해가 되며 갑자기 썰렁해졌고,
다시 일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며칠이 걸렸다.

이제 다함께 모이려면 딸래미 결혼식 때나 되야겠지?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