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라도 해봐야 하는 게 있다
사십팔 년 이 개월 만에
호랑나비를 보았다
사십팔 년 삼 개월 만에
숲속 낙엽 위에 누워보았다
늦게라도 보아야 하는 게 있다
늦게라도 해봐야 하는 게 있다
- - - - - - -김흥숙의 시집 [Forest 숲]에 실린 시 <처음으로> 전문에서- - - - - - -
언제부터인가
'버킷 리스트'란 말을 심심찮게 듣게 되었다.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따금씩 등장하기도 했고,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살기에는 우리네 인생이 너무 팍팍해서
소소하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는 꼭 해보고 싶은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번진 것도 사실이었다.
버킷 리스트란 말은
'죽다' 라는 의미를 가진 속어 'kick the bucket' 으로부터 만들어진 말로
중세시대 교수형을 집행하거나 자살할 때 올라가는 양동이를 걷어차는 의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자신이 했던 수많은 일보다 하지 못했던 몇 가지 일이라는 데서 만들어진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버킷 리스트란 주제로 글을 쓰려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사람들이 써놓은 수많은 버킷 리스트 목록들을 엿보게 되었다.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씩 적어놓은 목록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누구나 한번쯤은 혼자서 여행하는 걸 그려보고,
악기나 운동 같은 취미 생활을 꼭 해보려는 의지가 있고,
가족과의 끈끈한 정을 느끼게 하는 활동을 바라고,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 만족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어지간해서는 이루기 힘든 거창한 리스트를 내놓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smart rule을 따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s specific 구체적으로
m measureable 측정가능한
a act 행동 지향적인
r reality 현실적인
t time-limited 마감시간이 있는
이런 규칙을 따라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면
막연히 '수영배우기'라고 적기 보다는
'자유형 완료하기, 일주일에 두번씩, 2019년 말까지' 라고 구체적으로 적게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리스트는 막연한 것보다는 더 이루어내기가 쉬워진다.
많은 사람들은 보통 연초에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고 한다.
분명, 올해도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잘 살아보자는 의미로 작성한 것일게다.
어느새 7월 중순.
늦었다고 생각말고 지금이라도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봐야겠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행동 지향적인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말이다.
그 1번은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bucket list를 주말 저녁 남편과 함께 보는거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으니 이제 실행만 남았다.
나의 첫번째 버킷 리스트가 성공적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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