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목소리, 자기 얼굴

목소리와 외모는 마음과 떨어져 있지 않다.
마음의 깊이는 목소리에 묻어 나오고
나이가 들면 얼굴에 그 살아온 인생이 쌓이게 된다.
몸은 마음과 분리되어 있지 않고
사라지는 것은 남아있는 것과 떨어져 있지 않다.


- 구본형의《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중에서 -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쉬운 세상이 되었다.
유투브, 각종 1인 방송, SNS, 블로그 등을 통해서
그 어느때보다도 큰 목소리로 자기를 드러내는 세상.
그 목소리가 사람들을 모으면 돈이 되는 세상.

아이들은 장래희망으로 유투버가 되는 것을 1 순위로 꼽는다 하고,
내 주변에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유투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것 같다.
방송을 통해 심심찮게 얼굴을 볼 수 있는 사람들도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것을 보면
과연 시대의 흐름이라 아니 할 수 없겠다.

(유투버는 유투브에 동영상을 업로드 하는 모든 사람이고
유투브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만든 컨텐츠를 업로드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유투브 크리에이터는 결국 유투버의 일종인 셈)

얼마전 같은 동네 사는 한 아주머니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아주머니의 낙은 하루종일 유투브 보는 일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즐겨보는 것은 유투브 뉴스라 했다.
하시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쪽으로 지극히 편향된 의견을 갖고 계신 것을 알 수 있었다.
유투브 특성상 자기가 검색을 해보지 않는 한
한번 본 유투브에 대한 연관 검색어가 뜨기 때문에
한 사람, 혹은 그 사람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의 유투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때문에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은 것을
마치 그 이야기가 진짜인 것처럼 믿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것도 큰 문제라는 생각이다.
할머니의 낙이 유투브 뉴스를 보는 것이라니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다.

우리집 식구들은 SNS도 블로그도 유투브도 그닥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사진이나 동영상 찍는 거에 영 관심이 없고
그저 간간히 자신의 취미생활을 올리며
친구들에게 근황을 알려주는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오픈되어 있지 않으며
팔로워나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수, 좋아요를 누른 사람의 숫자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맘이 내키면 올리고 안 내키면 만다.
자기 목소리를 그닥 크게 낼 줄 모르는 사람들인 셈이다.

목소리를 너무 크게 내다보면 꼭 싸움이 생긴다.
더 크게 내려고 하다보면 목에 문제가 생기고 해서는 안될 일까지 하게 되기도 한다.
내가 내는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는 목소리인지,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목소리인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나 역시 이 글을 통해 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심하지만 묵묵하게 이 공간에서 나도 내 목소리를 낸다.
내가 내는 목소리는 결국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는 것이고,
그것이 결국 나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한 음절, 한 음절 신중을 기하게 된다.
그 목소리가 나 자신임을 알기에...

지금도 누군가는 유투버를 꿈꾸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컨텐츠에 맞는 동영상을 찍고 업로드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열심히 유투브를 보고 있을 것이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목소리와 맞는 목소리를 찾는 사람들..
각자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이든
지금 이 시대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어느때보다도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