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지내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씩 보면 반가운 사람들.
우리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꽤 많다.
거리가 멀어서 가끔 전화 안부나 카톡 인사를 하기도 하고
그조차 없지만 다른 이를 통해 건너 건너 소식을 듣게 되는 사람들.

어제는 그들 중 한 사람의 남편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가족 여행 갔다가 남편이 심정지가 와서 여행지에서 사망.
자기 집에서도 아니고 여행지에서 그런 일을 당했으니
그 황망함을 어찌 다 말할까?

장례식에서 만났던 한 지인은
자기는 결혼식은 잘 안 가도 장례식은 꼭 참석한다고 했다.
날고 긴다던 사람도 결국 한 줌의 흙이 된다는 사실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된다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우선 순위를 정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나 역시 그랬다.
인생이란...잠시 머물다가 곧 사라지는 안개 같은 것.
우리의 자취 속히 지워져 눈물만 가득하네.
.....

함께 장례식에 간 사람들과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 지 모른다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자 다짐했다.
내일 염려는 내일 하고 스트레스 따윈 받지 말자 했다.
미망인의 얼굴이라도 보는게 좋을 것 같아 다녀온 장례식이지만
역시 다녀오길 잘했다 싶다.

장례식이 있기 전에는 대형 교통사고를 목격했다.
하마터면 그 사고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고.

기차 건널목에 서 있는데 백미러로 본 뒷 차가
끼끼기긱.....파열음과 함께 내 차 뒤에 멈춰 섰다.
속도가 어찌나 세게 느껴지는지 순간 겁이 났고
어찌됐든 저 차 앞에 있는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건널목을 건너자마자 1차선으로 들어갔는데 (건널목이 지나고 2차선 도로)
아니나다를까 2차선에서는 뒷 차가 전속력으로 달렸다.
40마일 존 로컬에서 60마일은 족히 달리는 듯.
부릉...부르릉..아침을 심하게 깨는 소리....

내 차를 금세 앞지르고 쏜살같이 달려간 차는
빨간 신호에 대기하며 2차선에 서 있던 SUV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고 말았다.
멈춰있는 차량을 60마일 이상 속도로 들이받았으니
차는 뱅그르르 돌아 중앙선을 넘어 사거리 한 가운데로 미끄러지고
그 사고를 목격한 나는 얼음이 되버리고 말았다.

내 시점에서는 사고 낸 차량만 보였는데
에어백이 터지고 어린 여자아이가 몸을 부르르 떨며 차안에서 나왔다.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여들고
순간 나는 이것이 꿈인가 싶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광경이 생생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게다가 생면부지의 피해자도 걱정이고, 사고를 낸 여자아이도 걱정이고, 그 부모도 걱정이고..
100퍼센트 부주의한 여자아이 혼자 낸 사고이지만
사고와 관련해서 아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이 염려가 된다.

대형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든 생각은
예기치 못한 일이 언제나, 어디서나,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다는거.
그러니 운전은 방어 운전하고
백미러 자주 확인해서 거친 운전자는 피하고
새로운 일이 없는 것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도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감사한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문득 운전하고 다니는 것이 전투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리화나가 합법화 되고
핸드폰은 손에 꼭 붙어있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에
위험 요소가 예전보다 백만배는 많아진 것 같다.

예기치 못한 일이 언제나, 어디서나,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지만
조심하고 지혜롭게 행동하고 과신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