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하면서
전에는 자주 들어보지 못했던 단어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전염병,
마스크,
손 씻기,
손 세정제,
자가 격리,
재택 근무,
돌밥(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다시 밥),
6피트,
사회적 (물리적) 거리 유지,
사재기,
확진자,
진단 키트,
온라인 수업,
zoom,
shut down,
drive through,
pandemic.
각자의 상황에 따라 특별히 다가오는 단어가 있을텐데
학생들이라면 온라인 수업이라는 말이 그럴테고,
직장인이라면 재택 근무, zoom이라는 말이,
가정주부라면 돌밥이란 말이 가장 와 닿을 터다.
평소에 직장에 나가던 남편이랑 학교에 가던 아이들이
집에서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서
삼시세끼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의 무게가
돌밥이란 말에 고스라니 나타난 것 같다.
나역시 요즘은 돌밥이 연속인 생활이다.
한국에 시집을 가서 결혼한 지 몇 달 안 된 지난 3월 초,
새신랑과 친정나들이를 온 지인의 딸 부부는
처음에 와서 2주간 자가 격리..(그 당시엔 한국이 요주의 나라)
2주 자가 격리가 끝나서 얼굴 보겠다 싶었는데 미국이 외출 자제령..
이제 내일 모레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돌아가면 다시 2주 자가 격리를 하게 된단다.(지금은 미국이 요주의 나라)
지인은 딸 부부가 오면 결혼 파티를 하기로 계획했었고,
온 가족이 함께 크루즈를 예약했었는데
때를 만나도 어찌 이런 때를 만났는지
파티는 커녕 사람들 얼굴 한번 보고 밥 한번 먹기도 어려운 지경이 되었고,
크루즈는 돈을 내주고 가라고 해도 사양할 타이밍이 되었다.
안타까운 사연이야 어디 이뿐이겠는가마는
딸 가진 엄마로서 감정이입이 되어서인지 내 마음이 짠하다.
하지만...상황을 탓할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어찌 대처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올 여름 대학원 졸업을 앞둔 딸아이는 학교 실험실이 문을 닫아
컴퓨터 싸들고 어제 집으로 왔다.
학교가 문을 닫자마자 오라고 했더니 자체 격리 기간을 채우고 10일만에 온 것이다.
아들아이는 내일부터는 재택 근무를 한다고 한다.
나도 잘 나가지 않던 뒷뜰을 매일 나간다.
사흘에 한번 꼴로 쓸던 마당을 나뭇잎 하나 떨어질새라, 먼지 쌓일 틈이 없이 깨끗이 쓸어댄다.
잘 뽑지도 않던 잡초도 수시로 뽑아주고
일주일에 네번 정도 하던 아침 산책도 매일 나가기로 했다.
지금 생존한 어떤 사람도 이런 상황을 겪은 사람은 없으리라.
1900년 대 초에 스페인 독감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한 사실은 있지만
그것은 국지적인 것이었고, 세계적으로 확산된 전염병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90대인 우리 아버지도,
80대인 우리 엄마도,
50대인 나도,
20대인 우리 아들, 딸도,
10대인 우리 아이들도...
누구에게나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는 일이라 낯설고 무섭고 두렵고 떨리는 일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합리적인 생각으로 대처를 해야하리라.
스프링 브레이크니 바닷가 가서 놀고,
벚꽃이 한창이니 벚꽃놀이 가고,
내 눈 즐겁자고, 나 기쁘자고 하는 일들은 잠시 접어두고
하루 빨리 예전처럼, 다람쥐 쳇바퀴 돌던 그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지금은 그저 모두 솔선해서 자:가:격:리: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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