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2년 정도 키운 베타 피쉬, 월단이가 죽었다.
보통 베이비 베타 피쉬가 상품으로 팔리기 시작하는 때가 생후 4개월에서 6개월부터라니
월단이는 길게 잡아 2년 6개월 정도 살다가 생을 마감한 셈이다.

내가 한번도 쓰다듬어 줄 수 없었던 것처럼
그녀도 내게 꼬리 한번 흔들지 않았고
반가움에 소리 한번 내지르지도 않았지만,
"월단이, 안녕~"하며  말 걸어주고 사진 찍어준게 전부였던,
내 짝사랑이었음엔 분명하다.

우리집에서 장사 지낸 베타 피쉬는 월단이가 세번째다.
5년 전에 입양해 한 2년 살다간 반식이가 첫번째,
한국으로 시집간 친구 딸이 키우다 주고 간 콩식이가 두번째,
그리고 우리 월단이가 세번째다.

세 마리 각각 아보카도 나무, 자두 나무, 복숭아 나무 밑에 묻어주었다.
땅을 파고 묻고 흙을 덮어주는 모든 일을 남편이 했다.
그 아이들 생전에 밥 주고 물 갈아주는 일이 남편 몫이었던 것처럼
마지막도 그렇게 남편이 마무리한다.
나는 여느때처럼 그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 아이들에게 보내줄 복숭아 나무 사진을 한 장 찍었을 뿐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월단이가 묻힌 복숭이 나무와 함께
"월단이가 죽었어."라는 짧은 톡을 남겼다.

아이들의 반응이 즉각이다.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건 애들도 나도 마찬가지다.

비록 이쁜 우리 월단이가 죽었지만
다행히 나에겐 땅식이가 있다.
땅식이~~?

그는 지인의 손자들이 키우던 녀석인데
손자들이  못 키우겠다고 지인에게 넘긴 바람에
여차저차 몇 달 전 나에게로 입양된 아이다.
화려한 빨간 지느러미를 날개처럼 갖고 있는 아이.
암컷인 월단이가 단정하고 단순한 외모라면
땅식이는 컬러로 승부한다.
하지만 월단이의 통통하고 귀여운 외모와 달리 땅식이는 몸이 작고 약간 신경질적인 인상이다.
월단이랑 함께 키울 땐  쉬이 맘을 내주지 않았는데, 이젠 이 녀석에게 정을 붙여볼까 싶다.
생각해보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땅식이만큼 불쌍한 아이도 없으니까 말이다.

찬란한 빨간 지느러미를 날개처럼 갖고 물속을 날아다니는 지금  땅식이 자리는,
며칠 전 월단이의 자리였다.
시나브로 그 자리는 월단이의 자리였다고 기어되기 보다는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땅식이의 자리로 인지되겠지.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영원히 내 자리인양
의기양양, 도도할 필요가 없다.
비어있게 되면 누군가는 그렇게 또 그 자리를 채우고 뚜벅뚜벅 삶을 살아가게 되니까.
그 자리를 지키려고 양심도 버리고 인격도 버리고 품위도 버리는 일 따윈 하지 말자.

월단이는 죽어서도 내게 많은걸 깨닫게 해준다.
고마운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