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수많은 단계가 있다.

어린 친구들은 '운전면허증'을 딸 나이가 될 그 기간까지 안달하며 보낸다.

학교에 들어 가면 스스로의 삶을 살고 싶어 얼른 졸업하고 싶어한다
십대가 되면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아무런 속박도 없는 독립된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중년이 되면 비로소 나이를 먹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직장에서 퇴직하고 나면 왜 그 모든 걱정을 했었는지 의아해 한다.

실상 나이란 것은 상대적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각도 변한다.
83살이 되어 지나 온 인생을 되돌아 보니 그 동안 찾아 온 수많은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생각하면 이제야 내가 얼마나 행운아였는지 깨닫게 되고

내 삶에서 찾아 온 수많은 멋진 기회에 감사하게 된다.

 - 윌러드 스콧 편저 -

지난 주에 딸아이가 고등학교 졸업을 했습니다.

4월까지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죽겠다더니 5월이 되어 AP 시험에 치이다보니 시간이 더디게 느껴지다가

6월이 되어 졸업시즌이 되니 다시 빨리 간다고 난리였지요.

그러다가 졸업을 하고 대학생활에 돌입할 9월까지는 다시 갈길이 멀게 느끼는 것 같지만

어찌됐든 요즘은 모처럼 만의 여유를 만끽하며 소일하고 지내고 있답니다.

이렇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저마다 빠르고 느리게 느끼는 것이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내가 행복할 때는 마냥 빠르게 흘러가는 것이 시간이고,

내가 불행할 때는 거북이가 기어가듯 그렇게 더디가는 것이 시간이니까요.

어렸을 때는 왜 그리도 시간이 더디 갔을까요?

빨리 커서 대학에 갔으면...

빨리 자라서 어른이 되었으면..

빨리 내 직업을 갖고 집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했으면..

그렇게 마음속으로 5년 후를 그리고, 10년 후를 설계하면서 매일 매일 더디 가는 시간을 원망했습니다.

그러다가 마흔이 넘은 지금..시간의 빠름에 가끔씩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습니다.

새해가 시작했나 싶었는데 어느새 6월 중순이 훌쩍 넘었으니까요.

마치 10대에는 10마일로 가고

20대에는 20마일로 가고

30대에는 30마일로 가고

40대에는 40마일로 가고

50대에는 50마일로 가고.....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 처럼 말이죠.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시간의 흐름도 그만큼 바빠지고 빨라집니다.

엄마만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갔나 싶었는데

어느새 초등학교에 들어가더니

또 어느 틈엔가사춘기의 터널에서 허우적대다가

마침내 키도 마음도 훌쩍 커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다니요..

만약..아이들이 크는 속도로 우리가 늙어간다면...

벌써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고, 온통 주름살로 가득찬 얼굴이 되어있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렇게 빨리 늙지 않게 만들어주신 분께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미국에서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굉장히 거창하고 멋졌습니다.

그날..꽃다발 속에서 환하게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던 딸아이에게

진정으로 졸업은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주어진 멋진 기회에 감사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진짜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면 

인생을 살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숱한 기회를 떠올리게 될까요?

때로는 교만해서

때로는 바빠서

때로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절대적이어서 아무런 의심도 없이 놓쳐버린 기회들..

그것들을 먼 훗날 아쉬움과 회한으로 돌아보지 않으려면

지금보다는 더 겸손해지고

지금보다는 더 여유를 가지며

지금보다는 더 겸허하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위해 더 낮아지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