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
병원 문 앞에 섰을 때 허탈했다.
나 때문이 아니다. 나로 인해서 고통받을 사람들,
특히 가족 생각을 하니 도저히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다.
'미안하다.'

진심이다. 나는 나 혼자만의 몸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

일이 닥쳐서야 그것을 깨달은 나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백번을 미안하다고 하더라도 용서될 수 있을까?

- 임채영의《나도 집이 그립다》중에서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을 그냥저냥 무관심하게 살아가다가

막상 큰 일이 닥치면 그때서야 '아차~' 합니다.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면 그동안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는 숱한 찬스를 놓친 것을 후회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했다면 그와 조금 더 균형잡힌 시간을 갖지 못한 것에 후회합니다.

성적을 엉망으로 받았다면 공부를 좀 더 했을걸~ 하고 후회하고,

스피드를 잔뜩 올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티켓을 받았다면 speed limit을 지키지 않은 것을 후회합니다.

생각없이 크레딧 카드를 마구 썼다면 곧바로 날아오는 Bill을 보고 절제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제 화를 억제하지 못하고 신경질을 냈다면 조금만 참았을걸~ 하고 후회하지요.

이렇듯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저질러놓고 후회하는 일이 다반사이고

그것은 어쩌면 인간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다른 어떤 '예'들과 달리 만감이 교차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은, 지금까지 건강했던 사람이라면 그 정도가 더하겠지요.

왜냐하면 건강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돈'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천하를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갖지 않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말이 있나봅니다.

주변에서 가족들의 병간호를 하는 많은 사람들을 봅니다.

어떤 이는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사람을 간호하기도 하고,

더러는 아픈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상태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사람을 간호하기도 합니다.

혹은 이제 막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아픔을 선고받은 사람의 가족도 있겠지요. 

사실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도 아프지만

그 사람을 간호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도 참 아픕니다.

그래서 임채영 님도 '나'로 인해 고통받을 가족들 생각에 도저히 발걸음을 뗄 수 없었고,

지금까지 잊고 살았던 사실에 여러가지 회한의 감정을 느낀 것이겠지요.  

'나는 나 혼자만의 몸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 

이 짧은 문장의 글이 가슴에 '쿵' 파문을 일으킵니다.

목숨을 버리는 일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테지만

그래도 우리 주변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이 이 문장을 한번이라도 봤었다면...결과는 달라졌을까요?

가족을 부양하는 자리에 있건,

부양을 받는 자리에 있건,

우리는 결코 혼자만의 몸이 아닙니다.

혼자서 걷고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행동할 수 있지만 결코 우리 혼자 몸이 아닙니다. 

인간이란 동물은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살아야겠습니다.

무슨 일을 결정할 때...한번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난...혼자만의 몸이 아니야~~ 그렇다면...이 문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