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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굴러가는 아이들

잠시 왔다 간 자리여도 그 자리는 크다 김복희 (bokkp) 2018-5-29  09:24:38
한달 만에 아이들이 다녀갔다.
그리 먼 거리에 살지 않는데도 서로의 시간을 맞춰 함께 모일 수 있을 때 집에 오는 아이들.
시간 난다고 혼자서 오는 일은 좀체로 없다.
그러니 물밀듯이 왔다가 
확~ 빠져나가는 느낌이 더 클 수 밖에...

아이들이 오기 전부터 엄마는 부산해진다.
장보기 부터 시작해서
그들이 가져갈 밑반찬 준비,
평소에 좋아했던 국 한 솥 끓이기..

어려서부터 한식을 먹여서 그런가~
혼자서 살기 시작한지 8년, 5년이 된 우리 아이들의 한식 사랑은 각별하다.
한번씩 "뭐 해 먹고 사니?" 하고 물으면
아들래미는 "알탕요.", "꼬리곰탕요." 하며 
혼자 사는 남자아이가 잘 해 먹을 것 같지 않은 음식들을 해먹었다고 하고
딸래미는 불고기나 잡채를 해먹었다고 너스레를 떨곤 한다.
게다가 밖에서 사먹을 일이 있으면 어김없이 한식당을 찾아가니 
애들이 오면 외식보다는 되도록 집밥을 먹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식사를 준비하면 어김없이 아들래미는 주방으로 나와 도와주기를 자청해서
이번에도 육개장을 끓이는데, 
버섯 썰고 고기 썰고 파 썰고 고추기름 내고 간 맞추기까지 심하게(?) 일조했다.
따지고보면 육수내고 고사리 준비하는 것만 내가 했지
70퍼센트는 아들래미가 한 셈이다.
반면, 딸래미는 아빠랑 같이 거실에서 계속 종잘거린다.
식사 준비가 끝나면 겨우 숟가락 젓가락 놓고 반찬 날라다 식탁에 놓는 정도?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좋아하는게 다르고, 도와주는게 다르다.
그걸 알기에 엄마는 부러 딸래미에게 "너는 좀 안 돕니?" 라든지 "이것 좀 해라~"라고 시킬 생각은 없다.
좀 더 무게가 있는 일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 협력해서 온 가족이 행복한 식사를 하고 즐거운 대화를 하는게 가장 중요하니까.

이번에는 메모리얼 연휴가 끼어 아빠가 특별히 바베큐를 준비했다.
아이들은 각각 맥주를 들고 왔는데
버드와이저나 하이네켄, 코로나처럼 그저 깔끔하고 시원한 녀석들이 아니라
IPA, 스타우트라는 이름이 붙은 녀석들을 가져왔다.
엄마나 아빠가 알던 맥주는 진정한 맥주가 아니라며
뭐라뭐라 설명해주는데 맥주에 대해 잘 모르는 엄마에겐 그저 좀 쓰고 진하달까?
어쨌든 아이들 덕분에 연 이틀 저녁 식사 때는 맥주 한 병씩 마시고
딸래미랑 엄마만 신난 노래방을 한 시간 했다.
작은 집이 쿵쿵쿵 울린다.
모처럼 조용하던 집에 생기가 생긴다.

그렇게 삼일을 함께 지내던 아이들이 확 빠져나간 아침.
허전하지만 이것이 아이들이 독립한 부모의 일상이다.
둘이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아침을 먹으며 잠깐의 대화를 나눈 뒤...

"잘 다녀오세요..." 
"갔다 올게.."

허전하지만 이제는 이것이 익숙한 부모의 일상이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애들 한번 오면 엄청 좋은데 가면 더 좋드라구요."

아직 그 말이 나에게 적용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온다고 하는 날짜가 정해지면 달력에 적어놓고 핸드폰에 기록하고
뭘 해 줄까..
뭘 해서 먹일까..
집에 왔다 간 것이 큰 기쁨이 되야 할텐데...
엄마, 아빠가 뒤에서 버티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가야 할텐데...
여전히 들뜨고, 행복하고, 가슴 설레이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들이 가고나면 조금은 허전한 마음에 
자식들과 함께 사는 부모들이 부러울 때도 있으니까.

모처럼 햇살과 함께 하는 아침이다.
크게 기지개를 켜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상을 시작해야지.
힘내자, 엄마!
힘내자, 우리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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