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아주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어린 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절로 웃음이 나고
내일의 걱정보다 지금의 순간에
최선을 다했던 그 시절처럼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싹틀 때
세상의 옷들은 다 벗어 버리고
순수하게 오로지 사랑 만을 바라봤던 그 시절처럼
이별에 대한 걱정보단 나의 진심을 주고
더 주지 못함에 아쉬워했던 그 시절처럼
그래, 그렇게 행복했던 시절처럼
당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의 행복도
늘 함께였으면 좋겠다
아주 오래 행복이 당신과 함께이면 좋겠다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또 다른 추억을 쌓기 위해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던
그 행복한 시절을 떠올리며
모두가 부러워하는 일은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내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며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아갈 날을 떠올리며
하루하루 버텨내는 삶이 버겁더라도
버티고 있는 내 모습과 나를 보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에
위안과 행복을 느끼고 떠올리며
함게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아주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 --전승환 '나에게 고맙다' 중에서 -
지난 주말 모처럼 집에 다니러 온 아들을 위해 장조림을 만들었다.
계란도 많이 넣고 소고기도 듬뿍 넣어 아들도 한 그릇 챙겨주고
또 한 그릇은 남편을 위해 챙겨놓고
다른 한 그릇은 요즘 몸이 안 좋아 비실비실하는 동네 언니네를 갖다 줬다.
이런 걸 전문용어로 '일타삼피'라고 하겠지?
그닥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아닌데도
한번 해놓으면 두고두고 밥 반찬이 되는 장조림이라
모두에게 인기가 만점이다.
내가 만든 장조림을 먹는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덕분에 나도 행복해졌다.
남편과 아침을 먹다가
그래도 우리는 요즘 아이들보다 더 많은 어릴 적 추억이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골에서 자란 남편은 소 한마리를 자기 몫으로 담당해서
아침마다 뒷산으로 소 먹이러 다녔단다.
다른 집 아이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집안 습관 때문에
어스름한 새벽녘에는 제법 사위가 어두워 무섭기도 했단다.
산에 오르기 전 길목에서 소 한 마리씩 몰고 나오는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곤 했는데
친구들이 하나 둘씩 소를 끌고 오면 모두 함께 우르르 산으로 올라갔단다.
소 한 마리씩 끌고 올라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사진 속 영상과 오버랩되어 제법 상상력을 자극한다.
망태에 꼴 베어 담던 추억들,
소를 풀어놓고 집으로 내려와 뒷산을 바라보면
누구네 소는 왼쪽에서 어슬렁거리고 있고, 오른쪽에서 어슬렁거리는 소는 우리 소~ 했던 기억들.
그 때는 산들이 민둥산이어서 뒷산에서 풀 뜯어먹는 소들의 모습이 마을에서 한 눈에 다 보였다 한다.
지금은 수풀이 우거져 어림없는 일이 되었지만.
50년 전 이야기를 담담하게 해내는 남편의 목소리에
아련하게 추억이 배어있다.
그립고도 그리운.
그래서 더 절절한.
어린 시절을 한껏 추억한 남편이 오늘 더, 내일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덕분에 행복해졌다 할 수 있기를.
텍사스로 학회를 간 딸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의 포스터가 학회 표지로 뽑혔단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근거로 뽑혔는지 모르겠다고 겸손한 제스처도 보인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면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일이 생기는 거리고
늘, 자기 일에 열심을 다하는 아이를 칭찬했다.
우리 아이가 늘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덕분에 나도 행복해졌다.
행복이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나를 아는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아니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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