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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굴러가는 아이들

음식점 순회 김복희 (bokkp) 2018-11-30  15:50:27

한달에 한번씩 온 가족이 집에서 모인다.
딱히 그러자고 정하진 않았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렇게 돼버렸다.
애들도 이왕이면 날짜 맞춰서 함께 보는 게 좋다 하고
솔직히 말하면 우리 역시도 그것이 편하다.

언제든 집은 열려있고, 우리 역시 아이들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래서 집은 그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의자같은 곳이지만 
집을 떠나 산 지 8년이 넘은 딸아이나,
5년이 지난 아들 아이를 보는 일은 
마치 손님을 맞이하는 일처럼 내 일상을 분주하게 만든다.

애들과 함께 먹을 음식과 그들이 챙겨갈 것들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나를 보며 남편은...

"이제 그렇게 까지 안해도 되지 않아?" 하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또 다르다.

'그래도 집에 와서 엄마 집밥 먹고 엄마가 해준 음식 챙겨가고 해야 집에 온 보람이 있지..'
그런 마음에 육개장도 한 솥 끓이고, 장조림도 한 남비 해놓고, 밑반찬도 만들고, 빵도 구워놓고...
돌아갈 때 양손 가득 챙겨가는 모습만 봐도 기분 좋다.
그렇게 한달에 한번 겨우 엄마 노릇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지난 10월에 아들아이가 밥을 사겠다고 해서 모처럼 외식을 했다.
한 끼를 외식을 하고나니 여러모로 편하다는 걸 알게 됐다.
애들 와서 점심 준비해서 먹고 치우고 또 저녁 준비해서 먹고 치우고...
그런 일을 반복해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마음과 몸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한달에 한번 모이면 한 끼는 외식하자. 우리 동네 식당을 돌아다녀 보는거야."

가장 먼저 딸아이가 대답한다.
"좋아요, 사실 친구들이 우리 동네 놀러간다고 좋은 식당 물어보면 제가 너무 아는게 없는거에요.
그럼 다음 달에는 제가 살게요."

모두가 동의해서 내려진 결론.
"좋아. 그럼 그 다음 달에는 아빠가 사고, 그 다음 달은 엄마가 사고...이렇게 돌아가며 사는 걸로 하자."

남들에게는 별것도 아닌 걸 굉장한 작당이라도 하듯 기분 좋아하면서 
우리 식구가 너무 이 동네 식당을 모르긴 하지~
이 동네 산 지 20년이 넘었는데...안 가본 식당이 너무 많아, 너무...
엄마는 어렸을 때 우리들 맥도날드도 안 데리고 다녔잖아요.
맞아, 엄마는 맨날 집에서 쿠키 구워놓고 빵 만들어놓고 기다렸지. 맥도날드 같은 데는 안 데리고 갔어..
그래서 친구들하고 해피밀 장난감 이야기 하면 전 할말이 없었어요..등등
봇물같이 터지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잠시 멍~ 하고 말았다.

방과 후에 집에 가서 스무디 만들어주고 엄마표 간식 만들어 줄 줄만 알았지 생전 맥도날드 같은 곳엔 안 데려갔었는데
그렇게 하는 엄마가 진짜로 훌륭한 엄마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엄마의 좋은 엄마 코스프레에 애들이 희생된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정도는 그들의 문화도 누릴 수 있게 해줘야 했는데
그저 내 방식대로, 내 뜻대로만 하고 키웠구나......미안해...늦었지만 ....

때늦은 사과에 아이들이 더 미안함을 느꼈는지..
"해피밀은 몰랐지만 엄마 간식도 맛있었어요." 하고 나를 다독인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꼭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아이들의 회상을 통해 다시 배운 순간이었다.

어쨌든 한 순간의 작당으로 시작된 우리집의 음식점 순회.
이번 달엔 딸아이가 사주는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다음 달에는 아빠가 피어에서 분위기 있는 점심을 사주겠노라고 약속했고...
나는 어쩐다~~
인앤아웃 버거도 외식이니까...그걸로 떼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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