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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굴러가는 아이들

핑계 김복희 (bokkp) 2019-2-27  15:35:14

남편과 함께 일년 전에 시작했던 아침 걷기 운동이 
연일 내리는 비에, 낮은 기온에 2월엔 주춤했다.
여전히 알람을 맞춰놓고, 시간만 되면 삐리리 기상을 알리지만
이불을 박차고 쉬이 옷을 갈아입게 되지가 않는다.

기온이 낮은 날엔..
"오늘 아침은 너무 춥지 않아?"
"추운 날 운동하면 감기 걸려..그냥 더 자자."

비가 오는 날엔..
"오늘 비와서 운동 못하겠다."
"그러게...비오는데 나갈 수도 없고...그냥 자야지 할 수 없네."

바람이 불면 또 분다고...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운동 못하겠다."
"뭔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불지? 우리 날아가버릴지도 모르니까 오늘은 자는걸로~"

살짝 목이 따끔거리며 감기 기운이 느껴지는 날엔..
"아이고...나 감기 기운 있어..오늘 못 나갈 것 같애.."
"그런 날은 나가면 안되지..더 자~"

추우면 춥다고 비오면 비온다고 바람불면 바람분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2월엔 겨우 3번 아침 운동을 나갔다.
핑계도 습관이 되는지 알람이 울리면 습관처럼 핑계를 댈 궁리를 하던 2월이었다.

비가 많이 와서 산은 여느 때보다 더 푸르고
공기는 훨씬 신선하고 상쾌한데
핑계는 갈수록 느는 것 같아 봄이라 이름 지어준 3월엔 계획한 대로 잘 해보리라 생각해본다.

딸아이가 대대적인 옷장 정리를 했단다.
정리의 여왕으로 유명한 곤도 마리에의 강의를 넷플렉스에서 봤다든가?
암튼 거기에 영향을 받아 아파트 메이트와 함께 옷장 정리, 신발 정리, 부엌 정리를 했단다.
'추억이 있는 온갖 물건들도 입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으면 버려라' 해서
도네이션 할 물건이 3박스나 된다.

딸아이에게 자극받은 나도 옷장 문을 활짝 열어본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접어두고 걸어두었던 옷들이 나역시 너무 많다.
추억이 많아서 접어두었던 옷을 박스에 담고,
지난 1년 동안 입지 않았던 옷들, 언젠가는 입을거야...하면서 챙겨두었던 옷, 신발 모두 담는다.
서랍장이 가벼워지고, 빈 옷걸이가 많이 생긴다.
핑계는 습관이 되기도 하지만 핑계는 우리의 짐들을 늘이는 데도 일조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끔씩은 그들이 대는 핑계에 어이없음을 느끼기도 하고
그들의 핑계가 너무나 나의 모습인 것 같아 할말이 없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어떤 일이든지 핑계를 댈 수 있지만
결국 그 핑계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오늘 아침, 아침 운동을 하기 싫어 공연히 잠긴 목을 핑계 삼았다.
책임만 남았다.

늘어나는 이 살들...어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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