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낚시를 다녀온 후, 햇빛에 노출된 목 부분이 간지러워 살짝 긁었다.
정말이지 거짓말 안 보태고 살짝 긁었는데 손톱 자국이 그대로..
그 자국 난 위로 오돌토돌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햇빛 알러지인가? 했는데
완전무장했던 얼굴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햇빛 문제만은 아니다 싶었다.
간지러운 것을 애써 참고, 알러지 약도 먹어가며 하루가 지나, 이틀이 지나 증세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간지러워도 참는 것이 최고의 처방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렇게 원인도 모를 두드러기로 고생한 후에 어제 자주 만나는 지인들을 만나 담소를 나눴다.
그 중 한 분이 요즘 두드러기가 올라와 고생한다며 증상을 호소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겪은 두드러기랑 똑같은 증상 아닌가?
"햇빛 알러지는 아닌 것 같고, 분명 알러지는 알러지인데 무슨 알러지인지는 모르겠어요.
며칠 긁지않고 놔뒀더니 가라앉긴 가라앉는데 손톱 자국이 남아있는게 영...보기가 흉해요."
내가 그리 말하자 옆에 있던 다른 지인이...
혹시 지난번에 익히지 않은 말린 표고버섯을 먹었느냐고 묻는다.
얼마 전 비가 내릴 것 같은 흐린 날씨에 지인 몇 분과 찜질방에 갔다 와서는
한국에 다녀오신 지인 한 분이 새로운 맛이라며 내놓으신 말린 표고버섯을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났다.
그걸 먹고 다음 다음 날 낚시를 다녀왔고 두드러기가 났고 며칠 고생을 했다고 말했더니
아마도 '안 익힌 표고버섯 알러지'일거라고 말씀해주신다.
자신도 익히지 않은 표고버섯 먹고 알러지로 혼났다고..
아뿔싸~
익히지 않고 말린 표고버섯을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 먹는 맛이 워낙 일품이어서
다음번 한국 마켓에 가서는 꼭 생표고를 사와서 살짝 말리리라...생각하고 있었는데
표고 알러지라니...
새롭게 알러지가 생긴 분도 지난 주에 말린 표고버섯을 폭풍 흡입하셨다고 고백했다.
평소 당뇨가 있어 많이 드시지도 않는 분인데
그날 따라 그것이 너무 맛있어 많이 드셨노라고..
알러지의 근원이 햇빛이 아닌게 확실해진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햇빛의 동네 남캘리포니아에서 햇빛 알러지를 갖고 사는건 너무 무자비하고 가혹한 형벌이니까.
하지만 그 맛 좋은 말린 표고버섯을 포기해야 하다니...그것도 아프다.
나의 경우 표고버섯은 꼭 익혀 먹어야 할 먹거리라는 걸 알게 됐다.
아직 말린 표고버섯의 식감이 내 혀끝에서 침을 돌게 하는데
아깝게 됐다.
내 알러지로 말미암아 그 맛 한번 보지 못한 식구들에게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혹시나 그들도 알러지가 생길 수도 있으니 내 선에서 차단하는게 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콤부차가 좋다길래 그것도 3주 정도 만들어 먹다가
언젠가부터 속이 쓰리다는 것을 알게됐다.
맛이 너무 좋은데다 만들기도 쉬워서 좋아하는 아이템이 되었는데
내 몸에는 맞지 않다는 결론.
나이가 50이 되고
정신적인 것은 예전 그대로인데 몸이 확실히 갱년기를 먼저 느끼는 모양이다.
얼마동안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보다 길들여진 것을 더 잘 먹는게 내게 득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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