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혼가-요시노 히로시
두 사람이 화목하기 위해서는
어수룩한 편이 좋다
너무 훌륭하지 않은 편이 좋다
너무 훌륭하면
오래가지 못한다고 깨닫는 편이 좋다
완벽을 지향하지 않는 편이 좋다
완벽 따위는 부자연스럽다고
큰소리치는 편이 좋다
두 사람 중 어느 쪽인가
장난치는 편이 좋다
발랑 넘어지는 편이 좋다
서로 비난할 일이 있어도
비난할 자격이 자신에게 있었는지
후에
의심스러워지는 편이 좋다
바른말을 할 때
조심스레 하는 편이 좋다
바른말을 할 때
상대를 마음 상하게 하기 쉽다고
깨닫는 편이 좋다
훌륭해지고 싶거나
올바르고 싶다고
마음 쓰지 말고
천천히 느긋이
햇빛을 쬐고 있는 편이 좋다
건강하게 바람에 흔들리며
살아 있는 것의 그리움에
문득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런 날이 있어도 좋다
그리고
어째서 가슴이 뜨거워지는지
잠자코 있어도
두 사람이 알 수 있는 것이길 바란다
10월이 되면 만으로 24살이 되는 딸 아이의 친구들이
몇 년 전부터 슬슬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좀 빠른 아이는 2년 반 전에 결혼해서 지금 임신 5개월이고,
다른 아이들은 아직 아이 소식은 없는데 결혼해서 제 살림을 살아내는 중이다.
아직 결혼에 그닥 관심이 없는 딸아이는
오늘도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결혼하니까 좋다드냐?" 라는 나의 물음에
"친구가 시댁 때문에 벌써부터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이유인즉슨,
시아버지 되실 분이 미주알고주알 간섭이 많으시기 때문이란다.
청첩장 하나도 시아버지 뜻대로 되바꾸기를 여러번 했다나?
점점 결혼하는 친구가 늘어가고
그들에게서 결혼으로 인한 갖가지 고민을 들어서인지
딸아이는 결혼이라는 것이 예전보다 더 어렵게만 느껴지고,
아무래도 자신에게는 남의 얘기처럼, 먼 얘기처럼 생각된다고 한다.
그럴 수 있다고 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더 그럴 수 있다고도 했다.
나이가 어려서 결혼한 사람들은 '둘이서 좋으면 됐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나이가 들어서 결혼한 사람들은 '결코 둘만 좋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삶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기 때문이라고도 말해줬다.
결혼은 그저 두 사람의 결합이라고만 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관련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고작 24 해 살았으면서 딸아이는 그 말 뜻을 이해하겠단다.
그러고선 헤헤거리며, "내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아요." 한다.
나름 드라마에 선택적이고, 내용이 뻔한 드라마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아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댁과의 갈등을 조금이라도 다루지 않은 드라마가 없었던 탓인지
아이에겐 [시댁=불편한 관계]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자리잡은 것 같다.
왜 시댁과의 관계는 이쁘게 그려질 수 없는 것인지..
서로 갈등하고, 미워하는게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인지..
그래서 실제로 잘 모르는 아이들조차 편견과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인지
그래서 조금은 씁쓸하게 생각됐다.
분명히 초점을 바로잡아줄 필요가 있었다.
"우리 딸~ 진짜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네...세상에 좋은 시댁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
미리 겁먹을 것은 없어. 결혼은 둘만 좋다고 하는건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니까."
나도 아들이 있기에 언젠가는 시어머니가 되리라.
어쩌면 내 며느리가 될 아이도 [시댁=불편한 관계]라는 편견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어머니로서의 내 입장은...
결혼이란, 부모를 떠나 한 남자, 한 여자로서 새 가족을 일구는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간섭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갖고 지지한다면
분명히 우리 아이들은 훨씬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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