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인 척'
스치듯 지나간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들고있던 노란색 책의 제목이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드라마 대사와 맞물리며 눈에 쏙 들어오기에
검색창에 '어른인 척'을 쳐넣으니 해당목록이 주르르 뜬다.
마침 맛배기로 제공된 내용을 찾게 되어 무슨 내용인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언젠가 한창 유행했던, 그림과 함께 작가의 생각을 간결하게 표현한 에세이.
마치 어른을 위한 그림책 같은 느낌과 함께
장황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정곡을 찌르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슬프지 않은 척
아프면서 아프지 않은 척
힘들면서 힘들지 않은 척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척
다 알면서 모르는 척
질투나지 않은 척
혼자가 익숙한 척
다 괜찮은 척
어른인 척... ['어른인 척' 중에서...]
중학교 절친이랑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어디니?"
"지금 제주도다..친구들하고 오십여행 왔거든."
"오십이라고? 무슨 소리야? 난 아직 마흔 여덟이구만."
"엥~~한국 나이 아니고 미국 나이로 하는거야? 그럼 난 마흔 아홉이겠네?"
"그렇지. 넌 아직 마흔 아홉이지..오십여행은 내년에 해야지!!"
"아이 좋아라...내년에 다시 오십여행 와야지."
마흔 여덟이든, 마흔 아홉이든, 쉰이든..
어른인 척 하고 살아도 우리들 마음 속엔 중학생이 살고 있다.
중학교 절친과 대화를 하다보면 중학생이 살고 있고
고등학교 절친과 대화 중에는 고등학생이 살고 있고
대학 때 절친과는 또 그 때의 내가 살고 있다.
추억을 안주 삼아 그 시절을 이야기하다보면
어른의 무게 따윈, 어른의 가면 따윈 나도 모르게 벗어버리게 된다.
굳이 어른인 척 하지 않아도 느낌 아니까~~
그래서 세월이 가면 갈수록 옛 친구들이 좋은 모양이다.
지난 학기에 TA를 했던 딸아이는
자기보다 두 살 어린 애들을 가르치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란다.
두살 차이면 사실은 친구 뻘인데 '어른인 척' 행동하는게 힘들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 입장에 따라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걸 이해한다고 했다.
어른인 척..
어른이 아닌 척..
삶을 살아가면서 때론 어른인 척, 때론 어른이 아닌 척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누구라도 느끼리라.
우리는 매일 하루씩 어른이 되어가지만 마음은 점점 기댈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플 때 엄마가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하고,
울고 싶을 때 어른을 내려놓고 거리낌없이 울고도 싶다는 것을..
그래서 때때로 어른의 무게를 내려놔도 어른이 아닌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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