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을 때
우리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물이 바닥으로 한껏 스며들어 주워 담을 수도 없고
한번 젖은 바닥이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려면 시간과 수고가 들어가기에
인생을 살아가면서 될 수 있으면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 살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며칠 전 가족방으로 딸아이의 다급한 카톡이 도착했다.
'오마이갓 컴퓨터에 물 흘렸어요.'
메세지를 읽자마자 가족들의 폭풍 댓글이 이어진다.
'많이 흘렸니?'
'turn off and put in rice'
'just leave it in rice for 24 hours to make sure all of the water is gone.'
'물 대충 닦은 후 컴퓨터 끄고 물 빠지게 엎어놔.'
'밧데리하고 어뎁터는 따로 빼놔야 한대..'
아들 녀석의 조언대로 딸아이는 쌀에다 묻어놓은 컴퓨터 인증샷을 보내왔고
미처 저장하지 못한 데이터를 속상해했다.
다음날..
컴퓨터 수리점에 컴퓨터를 맡기고는
어쩌면 260불 정도 지불하고 마더보드를 교체해야 할 지 모른다는 청천병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했다.
"너무너무 후회되요.
내가 조금만 조심했으면 물을 안 흘렸을 텐데...그때 조심하지 못한 것이 너무 바보같아요.."
그렇게 말하는 딸아이에게 나는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쩌겠니..주워 담을 수도 없고..
다시는 안 흘리려고 노력하는 수 밖에...
그래서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하는거야..
비싼 돈 주고 배웠다고 생각하고 너무 마음 쓰지마.
앞으로 조심하면 돼!"하며
속은 쓰리지만, 속은 딸아이가 바보같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갖고 상처주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내 속이 이럴진대....제 속은 오죽하랴 싶어서...ㅠㅜ
다행히 마더보드는 130불 주고 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다고 한다.
딸아이는 물 한 컵 엎지르고 130불 짜리 큰 레슨을 받은 셈이다.
가까이 지내는 이웃 아줌마에게 물을 것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자신이 겪은, 오늘 있었던 '생생한 쇼(쌩쑈)'에 대해 얘기해 주겠단다.
차에 열쇠를 두고 문을 잠궜는데
알고보니 가방도 그 옆에 있었단다.
가방 안에는 마침 자동차 스페어 키도 함께 있었단다.
어쩔 수 없이 락스미스를 불렀는데
잠깐 1분 사이에 차 문은 열렸고, 170불 요구하더란다.
잠깐의 실수로 눈 깜짝할 사이에 170불 날려버렸다고
자신의 실수를 한탄하고 또 한탄한다.
"언니, 돈 벌기는 어려워도 돈 쓰기는 왜 이리 허망하대요~~"
그녀에게도 오늘의 실수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차 문을 닫기 전에 가방은 갖고 내렸나~
키는 챙겼나~~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습관이 생길 것이다.
170불 짜리 비싼 레슨을 받았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늘 실수하고, 또 실수하고, 거듭 실수하며 산다.
그 실수가 컴퓨터에 물을 엎지르는 실수일 수도 있고, 차 키를 꽂고 차문을 잠그는 실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실수는 일상에서 다반사고
누구나 한번쯤, 아니 여러번 해본 적이 있는 실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쯤에서 육아 칼럼을 쓰는 나는 자연스럽게 그 말을 육아에 대입시켜본다.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손짓 하나....
그때 조금만 조심했었더라면...
그때 조금만 더 따뜻하게 말했더라면...
그때 아무 말없이 살포시 안아주기만 했더라면...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결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표현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컴퓨터에 흘린 물은 130불로 고쳐지지만
잠겨진 차는 170불로 문을 열 수 있지만
닫혀진 아이들의 마음은 천금으로도 열기가 어렵다는 걸 기억한다면
아이들과 우리의 관계는 절대로, 네버, 엎질러진 물이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엎지른 후에 후회말고 엎지르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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