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집을 떠나고
남편과 단 둘이 산 지 올해로 4년 째 접어들었다.
결혼도 25년 차가 되었고,
서로를 알만큼 알게 되어 딱히 떨림도 없고 그저 매일이 편안하고 익숙해지고..
한 침대에서 눈을 뜨고
같은 시간에 침대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점심 한 끼를 제외하고는
별일이 없는 한 아침과 저녁은 둘이 얼굴 맞대고 먹고,
그저 소소한 얘깃거리를 화제 삼아 대화를 하고
같은 시간에 함께 잠자리에 들고...
간략하게 적어본 우리 부부의 일상이다.
참 심심하고 단조롭다.
25년 차 부부들이라면 익히 공감할 지도 모르겠다.
익사이팅 한 것도 없고, 센세이셔널 한 것도 물론 없을 뿐더러,
스릴이나 드라마틱한 것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 25년, 아니 50년은 족히 더 살게 될 부부인데
이대로는 안되지싶어 다시 찾은 신혼을 만끽하기 위해 몇 가지를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하나, 매일 아침 출근 할 때 뽀뽀해주기.
신혼때도 안 했던 것을 50이 다 되서 하자니 조금 닭살스러웠지만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남편도 이제는 출근길에 먼저 입술을 내민다.
물론 뽀뽀한다고 떨림이 있다거나 설렌다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신혼이니까.^^
처음 몇 달은 출근할 때만 뽀뽀를 하다가
얼마전 부터는 퇴근할 때도 뽀뽀를 하기로 했다.
이도 역시 계획하고 하는거다..
애정표현은 남편이나 나나 계획하지 않으면 쉽사리, 자연스럽게 되지 않는다.
"자기야, 오늘부터는 퇴근할 때도 뽀뽀하자..." 이렇게 말하고서야
비로소...출퇴근 시 뽀뽀하는 습관이 자리잡게 되었다.
한번씩 애들이 오거나 하면 그나마 하던 뽀뽀도 어색하고 부끄러워 안하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 이제는 보란듯이 애들 앞에서도 하고 있다.
우리...니네들 없이도 이렇게 햄볶는다...^^
시위하듯이..
이거..좋지 아니한가~
둘, 한달에 한번씩은 기차를 타고 꼭 낚시를 가기로 했다.
우연히 알게 된 기차 코스가 딱 우리가 좋아하는 피어랑 연결돼 있어서
한시간 반쯤 기차타고 가서
피어에서 점심 먹고
낚시를 세시간 쯤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낚아온 피쉬로 저녁으로 매운탕을 끓여먹는다.
매달 우리의 시나리오처럼 피쉬를 잡아오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엊그제는 조기 네 마리를 낚아 계획대로 매운탕을 끓여먹었다.
늘 같은 피어, 같은 배경, 같은 코스지만
복잡한 것 싫어하고 새로운 것 겁내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딱이다.
이거..좋지 아니한가~
셋, 일주일에 한번은 텃밭 수확을 함께 하기.
둘이서 밀짚모자 쓰고, 팔 토씨하고 상추를 따고 씻으면서 나누는 이야기는
우선 건강하다.
그리고, 밥상 역시 건강하고 푸르다.
이거..좋지 아니한가~
단조롭고 심심하게만 보이는
편안하고 익숙한 결혼생활도
그저 그런가보다...하고 흘러가게 하는 것 보다는
편안하고 익숙함 속에 애정표현으로 드라마틱함도 가미하고
간단하게 떠나는 기차여행으로 익사이팅도 첨가하고
자연과 더불어 건강함까지 영위한다면
이거..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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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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