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슴 졸이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랴..
어릴 때는 일거수 일투족이 다 가슴 졸이는 일이었고,
좀 크면 나아지려니 했더니 그도 아니다.
보이면 보이는대로, 보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대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쉴 틈을 주지않고, 줄기차게 계속 가슴 졸이는 일 투성이다.
대학 4학년이 되고서야 지난 9월에 자기 차를 갖게 된 아들 녀석이
봉사활동 클럽에서 리더쉽 미팅을 간다고 했다.
장소는 Big Bear Mountain.
제법 높은 산인데다 그간 심심찮게 내려준 비 때문에
필시 그곳은 눈이 많이 왔을 터~
모두 32명이 가게 되어 있는 큰 그룹이라 자신도 차 제공을 했다고 한다.
희생정신을 나타내는 모습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눈길에 네명이나 더 태우고 구불구불한 산길, 초행길을 잘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사실 그 계획을 들은 날부터 엄마의 가슴졸임은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날 따라 보슬보슬 보슬비 내려주시고..
(아랫동네 비 내리면 산에는 눈이 내린다는 것이 함정)
실시간 교통 상황 알려주는 지도에서는 온통 길이 빨갛다 못해 검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면초가란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오후 3시 반에 출발한다던 녀석에게 밤 9시가 되어도 소식이 없자
애써 걱정을 표시 안하고 담담하게 행동하던 나와는 달리
남편이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블루투스 다 되어있으니 운전하면서 전화 받을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어디 쯤이야?"
"방금 막 도착했어요. 지금 주차하는 중이니 조금 이따가 전화 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터져나오는 한숨을 주체할 수가 없다.
휴우..
기쁨에 쫄깃해져있던 심장이 풀어지며 오히려 쿵쾅거린다.
쿵쾅쿵쾅..
무사히 도착했구나.
다행이다..다행이다..정말 다행이다..
평상시에도 운전에 조심성이 많은 아들 녀석은 함께 탄 친구들 아랑곳않고
소신껏(?) 천천히...(아마도 답답하게..)운전했다고 전해왔다.
그러면서 한 마디..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눈길을
구불구불한 산길을
초행길을
어찌됐든 무사히 운전한 아들녀석에게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아들, 남자다잉~~~"
하지만 아들 녀석은 알까?
도착을 알리는 목소리를 듣기까지 내내 가슴 졸였던 엄마의 마음을~?
90대 어머니가 70대 혼자된 아들을 밥해주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자신의 몸도 가누기가 힘든 어머니가
자식이라는 이름 하나를 가진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활력과 정성을 쏟으며 매 끼니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식은 그렇듯 부모에게 늘 가슴 졸이는 존재임을 느꼈다.
어릴 때는 어릴 때대로
커서는 커서 대로
나이 들어 함께 늙어갈 때는 또 그대로
자식이란 이름은 부모에게는 그냥 가슴 졸임이다.
나도 우리 부모에게 가슴 졸임이었겠지?
솔직히 고백하건대, 내 자식 건사하느라 우리 부모의 가슴 졸임은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늙으신 부모님이 늘 웃으실 수 있게 해드리는 것이야 말로
조금이라도 그 가슴 졸임에 대한 보답이 되리라.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그 보답이 되리라.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그것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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