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지난 연휴에 일이 있어서 집에 오지 못했던 아들 아이가 왔다.
딸 아이는 지난 연휴에도 이번 주말에도 스케줄이 있어 집에 오기는 힘들다고 연락이 왔다.
이제는 넷이 모여 밥 먹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그것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간다는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어찌됐든 애가 온다니 엄마 맘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배추 한 박스, 무 한 박스를 사와 김치, 깍두기를 만들고 무도 잘라 말렸다.
파운드에 값이 조금 나가는 소고기도 준비하고
야채를 충분히 먹지 못하는 애를 위해 비빔밥 재료도 준비했다.

금요일 저녁 9시 쯤 저녁을 굶은 아들이 도착해
비빔밥을 쓱싹 비벼먹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란
뭐라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이쁘고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밤 늦게까지 그간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고..
사실 말이 별로 없는 아들 아이는 그저 우리가 묻는 말에 짧고 굵게 대답한다.
엄마는 뭐라도 들으려고 묻고, 또 묻고 해보지만
딱히 재미있는 대화라고 하긴 그렇다.
무뚝뚝한 남자아이들이 다 그렇듯이.

그래서우리집엔 딸아이가 있어야 한다.
그 아인 모든 대화를 주도하고 이야기 보따리를 술술술 풀어내니까.

토요일 아침에 인스타그램을 보니
딸아이가 친구들과 하이킹을 간 사진이 올라와 있다.
하이킹을 좋아하는 아이에겐 주말은 늘 기다려지는 날이리라...
싶으면서도 조금 서운한 감이 들었다.

'기집애..모처럼 넷이 모이는데 그까짓 하이킹이 뭐라고...'

애써 서운함을 감추고 '좋아요'를 눌러주긴 했지만
그렇게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져가는 모습이 조금은 허전함을 준다.

아들아이는 토요일 오후 내내 책상에 앉아
숙제하느라 나와 눈 맞출 틈도 없었고
나 역시 그게 익숙하고 편해서 그냥 따로 놀았다.

오후 5시 쯤인가?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난다.
딱히 딜리버리 올 것도 없는데 누군가 싶어 나가봤더니 글쎄
딸아이가 떡하니 서있다.

"서프라이즈!!!!"

기대하지 않았던 딸아이 모습에 모두들 깜짝 놀라고 놀란만큼 기뻐했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마는 특히 나와 딸아이는 트래픽이 많을 때 운전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지라 딸아이가 감히 토요일 오후의 트래픽을 뚫고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모두를 놀래킨 딸아이의 서프라이즈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끝나고 식탁이 꽉찬 오랜만의 네사람의 만찬이 가능했다.

일요일 아침 8시 쯤
친구들과 만나 커피 컨벤션을 가기로 약속이 돼있어
다음날 일찍 7시에 집을 나서야 했지만
준비해둔 음식들을 딸아이에게도 싸줄 수 있어 행복했다.

아이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다시 둘이 되었다.
점점  둘이 밥 먹고 생활하는 장면이 더 자연스럽고 익숙해져 간다.
아이들의 방문이 서프라이즈가 되고
하루, 이틀 잠깐 다녀가는 아이들이 손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마치 손님을 맞이하는 것처럼 손이 분주해지고 맘이 바빠지는 모양이다.
그리고 늘 얻어내는 결론은 한결같이
'곁에 있을 때 잘 해야지! 집 나가면 자기들 사느라고 바쁘니까~~'

이제 또 언제 아이들이 집에 올 지 모르겠다.
다시 만날 때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시나브로 함께 하게 되겠지.
아니면 혹시 또다른 서프라이즈로 나를 감동시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