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들 아래 어금니 옆에, 그것도 완전히 드러누워 몰래몰래  사랑니가 났다.
하나도 아니고 양쪽으로 두개나..ㅜㅡ
아주 조금, 고개를 내밀 정도로 모습을 드러내긴 했으나
아직은 아프지 않고 일년에 두번 스켈링 할 때마다 아직은 충치와 무관하대서
혹시 더 나올까봐 기대를 가졌었는데 영...밖으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스프링 브레이크 때 해치우자는 생각으로
치과의사가 소개해준 오럴 서저리 전문 병원에 왔다.

그렇게 매복된 사랑니는 그냥 치과 의사가 뽑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스페셜 닥터에게 케어를 받아야 한단다.
굳이 묻혀있는 녀석을, 그것도 아프지도 않고 멀쩡한 녀석을 
헤집고 파헤쳐서 뽑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
병원에 가기 전 매복 사랑니 발치에 관한 폭풍 검색을 했다.

결론은 뽑는 게 장래를 위해 낫다는 것이다.
한 살이라도 건강하고 젊을 때 뽑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미루고 미루다가 어금니 건드리고, 신경 건드리고, 아프고 충치 생기고
일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엑스레이를 큰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여주며 설명해주니
뽑기로 결정하길 더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양쪽 끝에서 사랑니가 제 몸으로는 다른 이들을 밀고
그 뿌리는 턱 신경을 건드리고 있어서 계속 자라고 힘이 세지면 더 힘들어질 거라고 하니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었더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을 뻔 한 셈이다.

두개를 한번에 발치할 수 있고
수술 시간은 대략 30분에서 45분 정도 예정이라니 생각보다는 금방이다.
수술 6시간 전에는 음식을 섭취해서는 안되고
물도 3시간 반 전에는 섭취를 중단해야 한단다.
그 대목을 듣는 중에 아무래도 수술 날짜는 오전으로 하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후라면....아침부터 쫄쫄 쌩으로 굶어야 하니까.

다음주 월요일에는 마지막 학기가 시작하는 터라
수술하고 집에서 경과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다행히 내일 오전 시간으로 수술 날짜가 잡혔다.
화요일 수술하고 수,목 금, 토 쉬다가 일요일에 갈 수 있으니 다행이다.

오럴 서저리도 위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 할 때처럼
운전자가 병원 내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마취가 깨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테니 어찌보면 당연한거다.
비몽사몽, 얼얼...분명 이상한 느낌이리라..

의사가 두개의 약을 미라 처방해주었는데
하나는 항생제, 아이들 어릴 때 귀에 염증이 자주 생겨 먹였던 그 유명한 아목실린이고
다른 하나는 수술 후에 진통이 가라앉으라고 먹는 진통제다.
진통제에는 중독 성분이 있어서인지
약국에서는 따로 드라이버스  라이센스까지 카피해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얼음찜질을 위해 물수건도 두어개 냉동실에 넣어두었고
영양보충을 위해 저녁 끼니는 연어 회덮밥을 준비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내일은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