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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굴러가는 아이들

어미가 새끼를 먹다 김복희 (bokkp) 2015-8-28  19:15:04
"쥐가 다시 새끼들 먹었음.
 I'm going to punch that mouse:( " 

 딸아이가 가족카톡방으로 보내온 내용이다. 

쥐가 새끼를 먹었다고? 
또? 
어게인? 

딸아이는 대학원에서 심장을 연구하고 있다. 
그 연구를  위해 하얀 실험용 쥐를 사용하는데 원래는 쥐보다 돼지가 인간 심장에 더 가깝다고 한다. 
하지만 실험용 돼지 한마리는 그 값이 어마어마 하다하니 일단은 그보다 비용이 싼 (?) 쥐로 실험을 한단다. 
(그 쥐 값도 내가 보기엔 장난이 아니다. 흰 쥐가 아니라 숫제 금쥐다.) 

워낙 그쪽 계통으로 문외한인 엄마는 쥐로 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감정이입이 안되고 상상불가지만, 
대학 때부터 쥐로 실험한 지 햇수로 4년이 된 딸아이는 엄마와는 다른 시각이다. 
물론 그래야 실험이란걸 할 수 있겠지. 

각설하고, 사건인즉슨 딸아이가 실험하는 쥐가 새끼를 낳았는데 
어미가 그 새끼들을 모조리 잡아먹어버려 실험이 꽝이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사건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얼마전 집에 다녀갔을 때 딸아이는 자신의 표정과  목소리로 생생하고 낱낱이 
'어미가 새끼를 잡아먹은, 천인공노할 사건'을 보고했었다. 
그리곤 오랫동안 노력해온 일이 수포로 돌아간 듯 허탈해했고, 앞으로의 여정에 난관이 있을 것도 예상해냈다. 
딸아이 말에 의하면, 보통 실험용 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뭐 좀 쉴라치면 들여다보고 꺼냈다 들여놨다 쥐 입장은 눈곱만큼도 생각을 안해주니
스트레스 안 받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겠다. 

어미가 새끼를 잡아먹는 것도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한다. 
새끼를 낳은 날 아침, 딸아이는 고물고물 열마리의 새끼 쥐를 보고 감탄하면서 
빛이 조금 덜한 곳으로  cage 만 옮겨주었노라 했다. 
그리곤 오후에 가보니 새끼 쥐들이 증발... 
그때의 그 놀라움, 그 소름끼침은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ㅠㅜ 

아무튼 가족들은 이구동성으로 앞으로 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금 더 무관심하게 대하라고 훈수를 뒀다. 
지나친 관심이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이고 그것의 결과는 상상 이상이니까..
조금 무심해보라고... 

알겠다고, 그러마고 단단히 결심하고 갔는데 또다시 제2의 참극이 발생한 것이니 어미쥐가 얼마나 미웠을꼬..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겠지만 
우야겠노....가여운 것들을...봐줘야지... 

너무너무 답답해하는 아이에게 엄마의 조언은 간단했다.
" 이럴때일수록 맛있는거 먹고 힘내야지. 집에 가서 얼큰하게 순두부찌게 끓여 먹고 푹 자" 
딸아이의 답장도 간단했다.
 "그래야겠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면 전전긍긍할 필요 없잖아.. 
의기소침해 있는다고 일이 되는게 아니잖아. 
우리에겐 또 내일이 있잖아.. 
오늘의 실패로 뭔가를 하나 더 배웠을거잖아.. 
그렇게 매일 매일 어른이 되어가는 거잖아.. 

 딸아이의 심기일전을 위해 화이팅 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찾아 붙이며
 "아자아자..빠샷!!" 크게 소리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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