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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굴러가는 아이들

어부지리 김복희 (bokkp) 2015-12-24  17:08:59

어부지리: 도요새와 조개가 서로 물고서 놓지 않고 싸우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던 어부가 둘 다 잡았다는 중국의 «전국책»에서 유래된 말. 
두 사람이 어떤 문제를 놓고 양보하지 않고 싸우는 사이 엉뚱한 사람이 이익을 본다는 속뜻.

몇 달 전,
집밥 백선생이 상종가를 치닫고 있을 때,
텔레비전 예능을 남자 요리사들이 점령하고 있을 때,
그저 무심히 지나가는 말로 남편에게 말했다.

"요즘엔 정말 남편들이 밥하는게 대센가봐. 
자기도 슬슬 동참해봐야 하는거 아닌가?"

그렇게 말을 꺼낼 때 까지만 해도 솔직히 그랬다.
밑져야 본전이지..
동참을 한다하면 땡 잡는거고
못한다 해도 삼시세끼를 만들어내야 하는 내가 손해 볼 것은 없지.
그냥 시도해 보는거다.

그런데 뜻밖에도 남편이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그러게...그래야겠지?" 하면서 내 뜻에 전적인 동의를 비치고 만다.
뜻하지 않았지만
뜻밖에도 좋은 결과를 얻어낸 쾌감이란~~^^

그리하여 매주 일요일 남편이 준비한 저녁을 얻어 먹게되었다.

우선 냉장고 안에 뭐가 있는지 남편이 알길이 없으니
미리 하고자 하는 음식이 있으면 재료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첫 날은 그런다.

"동태전감 있어?"

"물론이지!"

"그럼 오늘 저녁은 동태전에 된장찌개야."

덩어리 동태전감을 얇게 자르고 소금을 살살살 뿌리더니 
그 위에 밀가루 달걀을 묻히고 후라이팬에 지져서
제법 그럴싸한 동태전을 만들었다.
그리곤 뚝딱뚝딱 호박을 썰고 감자에 버섯을 넣고 먹음직스런 된장찌개를 대령한다.

'이 남자...그동안 좋은 기술을 썪히고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자취 생활을 하던 남편은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그다지 거부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 결혼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던 내게
김치 만드는 법이며 찌개 끓이는 법, 나물 무치는 법을 전수해 주었더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요리는 전적으로 내 몫이 되었고
남편은 그냥 받아먹는 사람의 입장이 되버린 것이다.

그제서야 남편이 제야의 숨은 요리사(?)라는 것을 기억해낸 나는
그런 제안을 진작 하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했다.

방학이 되자 아이들이 집에 왔다.
남편은 변함없이 일요일 저녁식사를 책임졌고
잘 구은 조기구이와 된장국으로 우리 입을 기분좋게 해줬다. 

식사 도중에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했던 제안을 똑같이 해봤다.
이 역시 밑져야 본전이 아니겠는가? 하는 심정으로..

아이들은 흔쾌히 자신들도 집에 머무는 동안
일주일의 하룻 저녁 식사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나는 남편에게 건넨 말 한마디로 3일 저녁..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오늘 저녁은 딸아이가 저녁을 준비하는 날이다.

"뭐할건데?" 물으니

"소고기 무국하고 복초이로 stir fry를 하려구요."

"좋아, 좋아...뭐는 맛이 없을까~~~"

남편에게 한 제안으로 인해 아이들의 음식까지 얻어먹게 되니
뜻은 좀 다를지 몰라도 이것이 어부지리가 아니고 뭔가..

오늘 저녁 소고기 무국은,
어쩌면 그저 늘 먹었던 그 흔한 그 맛일지도 모르지만
딸아이의 정성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양념이 되어
최고의 맛이 될 것을 확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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