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
작년에 요양병원으로 가신 시어머님도 뵙고,
연로하신 친정 부모님이랑 가족들, 친구들도 만났다.
이름하여..고국방문..^^
도착하자마자 거리 곳곳에서 벚꽃이 반겼는데
그 밤에 내린 비로 다음 날, 모조리 우수수 떨어져 버리는 불상사 발생.
꽃은 참 이쁜데 뭐랄까?
변덕도 심해보이고, 예민해보인다.
떨어진 꽃잎으로 거리는 꽃길이 되었다.
젖은 꽃길,
젖은 분홍 꽃길...
봄이라 천지가 꽃이다.
꽃잎이 아니라 꽃봉오리 전체가 떨어지는 처연한 동백꽃도 활짝,
하얗고 빨갛고 분홍빛으로 수놓은 철쭉,
간혹 보이는 노란 빛의 개나리.
예전에 보았던 개나리들이 늦게 개화하는지...개나리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내가 못 보는 걸까?
아님, 때가 아직 이른걸까?
몇 년 만에 방문한 시어머님댁은
작년 5월의 달력이 걸린 채, 그대로 멈춰있었다.
벽에 걸린 커다란 전자시계만 지금이 2016년 임을 말해주고 있을 뿐
모든 것이 어머님이 병원으로 가시기 바로 직전의 상태 그대로 정지..
그곳에서 침대 가까이에 있는 우리 가족 사진을 발견하고는
공연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머니는 그렇게 우리를 그리워하고 계셨음이 분명하다..
혼자서는 몸을 못 가눌 정도가 되어 다시는 당신의 집을 찾아오지 못하시겠지만
이 집이 얼마나 아련할까..
당신의 기억 속에 이 길이..이 풍경이...이 공기가 얼마나 그리울까..싶어
남편도, 나도..그저 속으로 맘이 짠했다.
그래도 우리는 씩씩하게 고향 동네를 순례하고
사진도 찍고 웃으면서 밥도 먹었다.
미국으로 간 지 올해 꼭 25년이 되는데
그동안 봄에는 한번도 한국을 방문해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이 방학을 해야 했으니 무덥고 모기 많은 긴 여름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젠 아이들과 함께 행동하지 않아도 되는 연륜이라
25년 만에 한국의 봄을 만끽한다.
한국의 봄..
한마디로 변덕이 심하다.
어떤 옷을 입어얄 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
조석으로는 물론이고, 매일 기온이 변화무쌍하다.
게다가 25년 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황사까지 기승을 부리니
낯선 마스크를 하기도 그렇고 안하기도 그렇고..
지금 내가 가진 두통은 어쩌면 '미세먼지 심함'이라는 경고를
과:감:하:게: 무시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가족들은
미국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음식을 대접하느라 연일 바쁘다.
하지만 계절음식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들어오는 음식들을 소화하기엔 내 위가 버거운 모양이다.
이렇듯 넘치는 사랑에 매일 행복한 비명을 지르지만
그들에게는 미안하기도 하고 빚을 지는 느낌이다.
사랑의 빚..
사랑의 빚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면서 갚으면 되는 거겠지?
미국으로 돌아가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빚을 갚아야 하는 거겠지?
이제 미국으로 갈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오늘은 모처럼 친정 집에서 쉬면서
여행하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정리해본다.
여행은 힘이라고 했던가?
정말이지 여행은 다시금 멋지게 하루하루를 살아낼 힘을 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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