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슬이는 아빠와 함께 마당 한쪽에 앉아 있었다.

죽은 토끼를 안고 슬이는 목덜미까지 눈물을 흘렸다.

아빠는 삽으로 꽁꽁 얼어붙은 겨울 땅의 가슴을 풀어 헤쳐 놓았다.

그리고 슬이 옆에 앉았다.

 

"슬아, 이제 그만 토실이 보내줘야지."

"안 돼! 아빠, 토실이 여기 누우면 너무 춥잖아."

 

슬이는 단풍잎같이 조그만 손으로 토실이가 누울 차가운 땅을 어루만졌다.

슬이의 눈물 방울이 토실이의 동그란 얼굴 위로 방울져 내렸다.

아빠는 방으로 들어가 토실이에게 덮어줄 따스한 스웨터를 가져왔다.

 

"이걸로 덮어주면 춥지 않을거야. 토실이는 자기 엄마한테 가는 거니까. 너무 슬퍼하지마, 슬아."

"아빠, 안 돼! 토실이 땅에 묻지 마!"

"이제 그만 해, 슬아. 날도 추운데 감기 들면 어쩌려구. 토실이 어서 아빠 줘."

"안 돼, 아빠. 토실이 안 줄거야!"

 

슬이는 토실이를 가슴에 꼬옥 끌어낮고 조그만 몸을 움츠렸다.

 

"슬아! 아빠가 내일 토끼 사다 줄게. 어서 토실이 내려 놔. 어서."

 

아빠는 토끼를 달라고 슬이를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

붉은 눈을 깜빡이던 슬이 눈에서 또 다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아빠, 이거 봐. 토실이 아직 눈을 뜨고 있는데 어떻게 땅에 묻어."

 

슬이가 아빠에게 보여준 토실이는 가늘게 눈을 뜬 채로 숨져 있었다.

시냇물 속에 누워 있는 조약돌처럼 토실이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래서 그랬구나. 우리 슬이가 그래서 그랬구나."

 

아빠는 울고 있는 슬이를 안아 주었다.

바로 그때, 따사로운 햇볕이 다가와 입김을 호호 불며 토실이가 누울 땅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우리들 깊은 곳엔 아이가 살고 있다.

우리도 알지 못하는 착한 아이가 살고 있다.

 

-----이철환의 <연탄길> 중에서---

 

애완동물 키워 보신 적 있으시죠?

어쩌면 지금 키우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죠?

 

저도 한때 애완동물을 키워 본 적이 있답니다.

금붕어, 햄스터, 기니피그, 개...

나름 다양하게 키워보긴 했지만

워낙에 제 자신이 동물을 키우는 데 호기심이 없는데다

그것이 일로 느껴져, 정말이지 애들 때문에 억지로 키워보았지요.  

 

금붕어는 그야말로 남편의 일이었고,

햄스터와 기니피그, 개는 아이들과 남편의 일이었지요.

저는 그저 한번씩 밥이나 주고, 그들의 재롱을 관망하는 정도였다고나 할까요?

 

유난히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제가 이상한 사람인가 싶어지기도 하지만

동물에 대해서는  함께 지내다가 죽는다는 게 싫어 더 키우기 싫더라구요.

 

금붕어들이야 큰 어항에 수도 많아서 한마리가 죽어도 그리 감각이 없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햄스터가 죽고

기니피그가 죽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방과 후ㅡ에 집에 돌아와 습관처럼 햄스터 집으로 달려갔는데

아무 반응없이 죽어있어 얼마나 놀랐든지요.

딸아이는 양지바른 곳에 햄스터를 묻어주고 피아노를 치는 것으로 슬픔을 달랬지요.

 

그렇게 햄스터와 기니피그를 보낸 후에는

한동안 애완동물이 없이 살았습니다.

후유증이 너무 컸거든요.

 

그러다가 친구가 집에서 키우던 개 한마리를 넘겨줘서 얼떨결에 데리고 왔었지요.

마침 집 밖에서 키우는 아이라 별로 큰 부담없이 가져왔는데

생각해보면 그 개는 우리 가족에게 참 많은 기쁨을 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리하고 눈이 선해서 그 아이를 한번 본 사람들은 누구나 좋아했지요.

한~ 5년 정도 키웠을까요?

우리 가족 모두 한국에 가게 되어 잘 아는 할아버지네에 개를 맡긴 적이 있습니다.

노부부가 적적하시다며 흔쾌히 개를 맡아주셨지요.

그런데 한국에서 돌아오니 계속 키우시고 싶다고, 그럴 수 있겠느냐 제안을 하시는거에요.

 

우리 가족은 가족회의를 했고,

우리의 처지가 모두 바쁘고 개를 잘 돌볼 수 없는 점을 생각해 '개의 입장'이 되어

기꺼이 노부부 댁에 보내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한번씩 노부부의 집에 가서 본 그 개는

여전히 우리를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고 앞발을 들어 환영해주었구요.

 

이것이 바로 우리집 애완동물의 역사입니다.

간단하죠?

 

요즘엔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마치 자기 자식처럼 온 정성을 다 하여 키우는 것을 보게 됩니다.

분명, 그분들에게도 애완동물을 키워온 역사가 있으실테죠?

오늘은 그동안 어떤 동물들을 키웠나~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옛 시간을 추억하고,

예전에 함께 가졌던 그들과의 추억을 생각하다보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잘 키우세요.

아이의 마음으로~

착한 아이의 마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