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함께 치과에 방문했습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30여 년 전 엄청나게 좋아했던 Air Supply의 노래가 나옵니다.

30여 년 전...

그 당시에는 30년 후 내가 미국의 어느 작은 도시의 치과 대기실에 앉아

Air Supply의 노래를 들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텐데..

시간은 그렇게 곤두박질 쳐 달려왔지만

30년 전에 즐겨들었던 노래를 들으니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새벽 별 보고 학교 가고, 저녁 별 보고 집에 오던 고등학생 때..

하루의 4/5를 학교에서 보냈던 그 시절.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점심시간이 끝나면 30분 정도 오수(낮잠)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에 낮잠 자는 아이들은 극히 드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삼삼오오 둘러누워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를 흉내내기도 하고

10년 뒤, 20년 뒤, 변해있을 자신의 모습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지요.

어떤 친구는 현모양처가 되어 있을거야..라고도 했고,

어떤 친구는 선생님이 되어 있을거라고도..

또 어떤 친구는 앞일을 어떻게 알아? 하며 상당히 현실적으로 반응을 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문득,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쯤 당시에 가졌던 꿈을 다 이루고 살고 있을까요?

많은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를 외웠지만 그 딴 것들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나른하고 달콤했던 오수시간의 꿈같았던 수다가 기억나다니...

그것도 Air Supply의 노래를 듣고 말입니다.

우리 때는 학교생활이 하루의 반을 넘는데다

대중매체나 인터넷 등이 발달되지 않아

좋아하는 선생님 보는 낙으로 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이 많았었는데...

요즘 아이들도 학교 선생님에 열광할까요?

Air Supply의 노래 한 곡이 참으로 별별 생각까지 하게 합니다.^^

Air Supply의 노래도 끝나고

딸아이도 치과에서 나오고..

과연 10년 후, 나와 딸아이는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궁금해집니다.

당장 1시간 앞도 모르는 인생이지만,

10년 후에도 딸아이와 함께 한 자리에서

오래전 들었던 낯익은 음악에 옛 생각을 떠올리며

잠시라도 가슴 따뜻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하고 바라봅니다.